트레일러 재생
김진현
World Premiere
비행기가 추락했다. 뉴스는 특정한 이미지로 이 사고를 보도한다. 이미지는 사건의 시각적 등가물이 되어 사고를 축약하고, 현장으로부터 유리된다. 개인의 기억 또한 이미지와 함께 파편화되었다. 사고는 찰나였지만 파장은 계속된다. 재난의 기억은 불안의 옷을 입고 세대를 거쳐 이어진다.
<블루, 우먼, 드레스>는 재난의 이미지를 보여주지 않고 재난을 사유하는 에세이 영화다. 화자의 유년 시절 기억에는 친척이 탄 항공기가 추락한 사건이 파편처럼 흩어져 있다. 재난의 트라우마와 함께 그녀의 기억에 맴도는 것은 당시 사고가 보도되며 무분별하게 배포된, 와이어에 매달려 이송되는 한 여성의 원피스가 바람에 펄럭이는 이미지다. 화자는 당시 기억을 회상하며, 그날의 사건이 벌어진 현장을 향한다. 그 걸음은 주저하고 종종 제자리를 맴돌며 배회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목적지가 아니라, 여정 자체다. 그리고 영화는 이제 질문의 틀을 바꾸도록 이끈다. ‘무엇을 기억하는가’가 아닌, ‘무엇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로.
김진현KIM Jinhyun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20대 전부를 독일에서 설치, 시각예술을 공부하고 작업을 이어갔다. 팬데믹을 지나며 움직이는 이미지, 글, 영화로 표현 매체를 확장하고 싶은 마음에 다시 학생이 되었다. 쾰른에서 다음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드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