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집행위원장
오동진
다큐멘터리는 일제시대 만주에서 독립투쟁을 하며 스러져 간 이름 없는 투사들과 같은 존재입니다. 그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역사는 올바로 기록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는 시대를 기록하며 올바른 세상을 만들어 나가려고 고군분투하는 다큐멘터리 창작자들의 ‘신흥무관학교’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전쟁과 생태 환경의 파괴 앞에서 망연자실한 사람들을 위해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세상을 구원할 작품들을 통해 또 한 번 변화의 힘을 모으려 애쓰는 영화제입니다.
올해도 많은 작품들을 준비했습니다. 세계 52개 나라에서 144편의 영화를 모았습니다. 지금의 시대가 어떤 문제를 지니고 있고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성찰하는 작품들입니다. 이념의 문제를 넘어서 전쟁과 생태 환경, 인권과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인종과 민족 문제가 어떻게 씨줄 날줄로 연결되어 있는지, 작품들 하나하나가 사안을 직시하게 만들어 드릴 것입니다.
영화의 힘, 다큐멘터리의 힘은 실로 위대합니다. 한 알의 불씨가 광야를 불태우듯 한 편의 다큐멘터리가 세상을 뒤흔들 것임을 저는 굳게 믿습니다. 그럼에도 다큐멘터리가 여러분 곁을 찾아가는 길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극장에서 다큐멘터리가 외면받고 있고 방송에서도 다큐멘터리 편성이 꺼려지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커져야 한다고 저는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희 영화제가 국내외 다큐멘터리 창작자들의 저수지가 되겠습니다. 든든한 지원자가 되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예산과 조직,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사람과 정신입니다. 많은 분들이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 모여 주시는 것이 제1원소입니다.
영화를 많이 봐주시는 것, 영화제를 사랑하고 아껴 주시고 자랑스러워해 주시는 관객의 힘이야말로 영화제를 지키는 가장 중요한 동력이 될 것입니다. 140여 편의 영화들을 잘 살펴봐 주시기 바랍니다.
폭염과 폭우가 계속되고 있지만 굴하지 마시고 상영관으로 구름 떼처럼 와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관객 여러분들이 이번 18회 영화제를 지켜 주시고 19회, 20회 영화제, 그 이상의 영화제를 이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감사합니다.
2026년 9월
집행위원장 오동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