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일러 재생
양지훈
World Premiere
기사를 통해 할아버지 서옥이 4.3의 피해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지훈은 카메라를 들고 무작정 할아버지를 찾아간다. 처음에 카메라 앞에서 말하기를 꺼렸던 서옥은 손자가 원하는 말을 조금씩 꺼낸다. 어느 날 술에 취한 서옥은 예상치 못한 증언을 한다. 몰랐던 진실을 마주하고 놀란 지훈은 끝까지 카메라를 겨누며 서옥의 이야기를 쫓는다.
‘제주4.3사건’ 동안 가족을 잃고 진압을 피해 숨었다가 반대로 생존을 위해 토벌대 활동을 하기도 했던 할아버지의 역사적 경험을 듣는 인터뷰는 그 내용도 내용이지마는 인터뷰 설정에서 흥미롭다. 인터뷰 세팅에 제일 중요한 요소는 술상이라 해야 할 것 같다. 술상이 놓이는 집안 곳곳은 사적이고 친밀한 관계를 조성하는 주요 요인이 되어준다. 더불어 카메라는 대개 다른 물건들을 피해 한편에 설치된 것 같은 위치에 배치되는데, 이는 증언을 요구하는 인터뷰이와 그에 맞춰 말하는 인터뷰어의 관계에서 누락되곤 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한 인터뷰를 의도한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우리는 제주4.3사건에 관한 또 하나의 귀한 증언을 얻는다.
양지훈YANG Jihoon
한국 출생. 양지훈은 카메라 앞에서 범주화되는 사람들의 고유한 결을 포착하며, 이미지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과정에서 외면되는 것들을 드러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전작 〈포수〉(2022)는 제15회 DMZ국제다큐영화제에서 한국경쟁 단편 대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