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례
World Premiere
1980년대 인천의 빈민지역에서 선택의 여지없이 먹고 살아야 했던 여성들과 일하는 그녀들의 아이를 돌보기 위해 그곳으로 들어간 여성들이 있었다. 김현숙은 당시에 만났던 이들 중 여러 명의 여성들을 나에게 연결시켜주었다. 나는 제일 먼저 욕 잘하고 엉덩이가 커서 졸졸 따라다녔다는 안순애를 찾아간다.
전작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2019)에서 확인한 김미례 감독의 영화적 의제는 역사의 바깥으로 밀려났거나 경원시했던 대상에 대한 발굴로 다시 한번 기운다. <열 개의 우물>은 1970~80년대 인천의 만석동 인근에서 벌어진 빈민운동, 노동운동에 참여한 여성 활동가들의 흔적을 좇으며 궁극적으로 저들이 운동에 투신할 수 있는 바탕이 된 ‘탁아운동’이라는 역사를 채굴한다. 영화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탁아운동의 주역들이 어떻게 살아왔고, 또 살고 있는지를 증언, 논평하기 위해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대화의 형식을 취한다. 인터뷰와 아카이브 자료, 풍경 이미지, 감독 자신의 나레이션 등 다양한 표현 요소들이 호응하며 의미와 맥락을 형성하고, 한 요소가 다른 요소에 대해 말을 건네고 질의하고 답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여성들의 에너지가 넘치는 이 영화에서 모든 표현 요소들은 조용하지만 획기적이었던 여성들의 삶에 헌신하고 있다. 시골 동네 책방과 농촌 마을, 공장, 빈민촌, 아파트 그리고 자연 등 풍경의 변화는 캐릭터들의 삶과 현재를 잇는다. 인터뷰나 아카이빙에서 공간과 풍경 쇼트로의 전환 또는 공간과 풍경의 계열에서 다른 계열로의 전환은 흩어진 사람들, 흩어진 기억, 흩어진 삶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구성의 완결성을 성취한다.
김미례KIM Mirye
1964년 충청북도 출생. 첫 장편 〈노동자다 아니다〉(2003)를 포함해 6편의 장편 다큐멘터리를 연출하여 국내외 영화제에서 상영했다. 〈노동자다 아니다〉는 스위스 프리부르국제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했으며, 〈산다〉(2013)는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한국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