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패
World Premiere
대한민국은 평창올림픽 소식과 북미회담 등으로 곧 통일이라도 될 듯한 분위기이다. 그러나 소성리는 예외이다. 수천 명의 경찰이 진을 치고 미군의 헬기가 마을 상공을 지나간다. 봉정댁 금연과 봉정할배, 순분, 상돌, 경임, 길남의 일상은 무너지고 공동체도 불안하다. 소성리를 떠난 후, 다시 찾아온 나에게 봉정할배는 5만원을 주며 어디 가서도 손가락질 받지 말고 잘 살라 한다.
2016년 가을 성주군 소성리가 사드 포대 후보지로 결정되고, 2017년 소성리에 배치가 강행된다. 〈미디어로 행동하라 in 김천/성주〉(2017)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사드 배치를 막기 위한 지역 주민들의 싸움을 기록한 김상패 감독은 이후 소성리로 귀촌을 결행한다. 그렇게 소성리 주민이 된 그는 직접 마늘과 콩농사를 짓는 한편, 불과 80명 남짓한 노인들이 살고 있는 마을의 일상과 대소사를 카메라에 담아나간다. 일본 독립다큐멘터리의 전설, 오가와 신스케를 떠올리게 하는 김상패 감독의 실천의 핵심에는 공동체에 대한 존중과 애정이 자리 잡고 있다. 그의 노작은 투쟁의 이미지를 전달하는 데 급급해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마을 주민들이 함께 도토리묵과 참외장아찌를 만들고 잔치를 벌이는 모습을 관찰하고, 그들과 함께 밥을 먹는다. 그런 그에게 노인들은 자신들이 살아온 일생을 들려준다. 관찰자이자, 참여자이며, 경청자로서 그가 얻어낸 그 공동체의 감각은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가 오랫동안 지켜온 정수이기도 하다. 감독과 남다른 유대를 형성한 봉정할배가 그에게 쌈짓돈을 쥐어주며 바르게 살라고 당부하는 장면은 그 어떤 사상가나 지식인의 세련된 말보다도 깊은 울림을 전달한다.
김상패KIM Sangpai
2017년 사드가 배치된 성주 소성리를 기록하는 ‘미디어로 행동하라 in 성주/김천’에 참여, 2019년까지 거주하며 소성리를 기록하였다. 2020년 강릉으로 이주하여 영상 작업 중이며, 『뉴스타파』 『목격자들』 프로젝트로 (2022)를 제작, 방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