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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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재호는 현실 세계에서는 더이상 시를 쓸 수 없어 사이버 세계에 들어가게 되고, 15년 전에 알던 주연을 거기서 만난다. 재호는 사이버 세계에 기대를 잔뜩 품었지만 적응하지 못하고, 주연은 재호에게 사이버 세계의 법과 규칙, 생활양식을 가르친다. 그 가운데 그들은 자신들이 밖으로 밀어낸 중요한 기억을 발견한다. 그 기억은 사이버 세계 바다를 흘러 다니는 파일이다. 그리고 그것은 재호 자신이지만 회피해야만 하는 무엇이다.
김응수의 작품은 매우 추상적인데 동시에 직접적이다. 구체적인 법은 없지만, 간접적인 법도 없어 보인다. <바다의 극장>에서 역시 바다는 직접적으로 사이버 세계를 지칭하지만, 그 경험은 추상의 영역으로 넘어간다. 이때 무한히 열린 개방적 공간인 바다는 계속 움직이지만, 영화의 프레임 안에 갇혀 있어 무한히 폐쇄적으로 느껴진다. 그런데 개방과 폐쇄라는 두 반대되는 성격은 김응수의 작업 전반에 나타나는 특징이기도 하다. 그는 자기 세계를 굳건히 하여 닫아두지만, 그 속에서 바깥을 내다보고 한 발 딛고, 그 발이 디뎌진 곳에 또 자신만의 성을 쌓은 뒤 또 한 발 바깥을 내디딘다. 그 모습이 제멋대로인데, 그 면이 바로 그가 작품을 계속 완성해내고 독자적으로 소통하는 힘이 된다. 제멋대로 다가선 사이버 세계와의 만남과 이에서 도달한 기억에 관한 문제 제기가 그의 작품만이 지닌 독특한 성찰이 되어 다가오는지 관객 또한 제멋대로 다가서서 시험해볼 일이다.
김응수KIM Eungsu
(1996), (2015), (2019)등 극영화와 다큐멘터리를 만들었으며, 한 청년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 픽션 「나쁜 교육」(사가,2022)등 다수의 저서를 집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