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원
2000년 남북화해 시대를 맞아 63명의 장기수가 북으로 송환되었지만, 전향 장기수들은 그 명단에서 제외됐다. 2001년부터 명단에서 제외된 이들이 '전향 무효 선언'을 하고 2차 송환 운동을 전개한다. 그러나 핵을 둘러싼 북미 갈등, 남한 사회의 보수화 분위기로 2차 송환 가능성은 요원해진다. 2022년 현재 생존해 있는 2차 송환 신청자의 평균 나이 아흔 한 살. 고향으로 가고 싶어 하는 전향 장기수들의 희망과 절망을 담은 30년의 이야기.
신념이 남아있기에 계속되는 역사가 있는 것일까, 역사가 계속되기에 신념이 남아있는 것일까? 전향했으나 이에 대해 무효를 선언한 이들의 ‘송환’은 <2차 송환>에서 과거를 위한 마지막 과업을 넘어서는 문제로 다가온다. 송환은 그것이 이루어졌을 때조차 끝이 아니기 때문이다. 신념을 지킨 이들의 북송은 지켜져야 마땅한 일이나 그들이 도착할 땅이 그 자체로 분단을 낳은 냉전 역사의 끝이 되지는 못한다. 그러나 송환의 포기라는 끝도 받아들일 수는 없다. 그들이 남한 땅에 있는 자체로 그 역사는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서 현재로 또 알 수 없는 미래까지 이어지고 있는, 송환되지 못한 이들의 세월은 이 영화에서 올곧게 쌓아 올려진 또 다른 신념의 역사를 드러내는지도 모르겠다. 주인공의 인간적인 모습에 끌린 감독의 고백이 있지만, 이 영화는 한 인간이 지킨 신념보다도 그만이 지고 가서는 결코 안 되는 짐을 잊지 않는다. 따라서 이 영화가 끝내 부여잡고 있는 신념이란 역사를 지고 가는 인간을 잊은 사회에 대한 문제 제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김동원KIM Dongwon
1991년 독립다큐멘터리 프로덕션 푸른영상을 창립하고 30년간 활동해오고 있다. 2003년 비전향장기수를 다룬 을 발표했고, 2022년 송환되지 못한 전향 장기수들의 이야기를 담은 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