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영
열여덟 가을, 나는 친구 기현의 부고를 들었다. 기현은 치킨집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던 도중 교통사고를 당했으나, 청소년으로도 노동자로도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순식간에 세상에서 지워졌다. ‘나’는 기현과 함께한 시간들을 회상하던 중 2009년 기현의 사고를 다시 마주한다. 그 시간의 주위를 맴돌며, 유령처럼 사라진 친구와 오토바이 문화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길 위를 떠다니는 ‘기현이들’을 만난다.
“명랑하고 밝고 분위기 메이커인, 멋있는 사람이죠.” 출연자 중 한 명인 십대 소년은 자신을 이렇게 소개한다. 쑥스러운 미소를 짓던 그는 소개를 이어나간다. “배달만 하면서 살아요.” 출연자들은 차례로 오토바이를 타는 재미와 사고의 아찔한 순간을 이야기하고, 동시에 감독은 오래전 사고로 세상을 떠난 친구를 함께 기억한다. 황선영 감독의 <씨티백>은 오토바이 배달일을 하는 청소년들과 함께 만든 영화다. 출연자들의 기억 속에는 위험한 행동도 있고 명백한 불법도 있다. 어쩌면 우리도 한 번쯤 그들을 길에서 보고 얼굴을 찌푸렸을지 모른다. 하지만 영화는 이들의 삶을 쉽게 판단하는 대신 우리가, 즉 어른들이 왜 저들의 사연을 귀기울여 듣지 않았는지, 왜 무관심으로 저들을 더 위험하게 했는지 되묻는다. 청소년들의 밝은 웃음 앞에서 부끄러워지는 건 결국 우리들이다.
황선영HWANG Sunyoung
1992년생. 2020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방송영상과 졸업하였고 은 서울독립영화제 단편부문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