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인위
KP
식민 시기 대만과 조선에서 강제 징용된 광부들이 노역한 광산이 있던 오키나와 이리오모테 섬. 이곳에 사는 90세 하시마 할머니는 “푸른 감옥”으로 악명 높던 광산 마을의 전모를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생존자다. 카메라는 낡은 집에서 홀로 말년을 보내는 하시마 할머니의 일상과 함께, 그녀가 숨겨온 가족사의 비밀을 담는다. 죄책감, 고통, 분노가 얽힌 그녀의 기억은 식민의 역사가 만들어낸, 기록되지 않은 목소리다.
오키나와 이리오모테섬에는 오래전 폐쇄된 탄광이 있다. 식민 시기 대만과 조선에서 강제 징용된 광부들이 고된 노동과 말라리아로 고통받은 이곳에는 “녹색 감옥”이라는 악명이 뒤따랐다. <녹색 감옥>은 황 인위 감독이 이곳에 사는 하시마 할머니의 말년을 4년 동안 함께하며 그녀의 기억과 섬의 역사를 직조하여 만든 다큐멘터리다. 홀로 낡은 목조 주택에 사는 하시마 할머니는 일상에 들어온 감독에게 자신의 기억을 들려준다. 열 살이 되던 해 대만에서 이주해 온 일부터 친부에 의해 버림받고 양가족과 함께 살게 된 일, 전쟁이 끝나고도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은 일, 그 이후의 삶까지. 하시마 할머니와 가족의 이야기는 곧 대만과 일본 어디에도 오롯이 속하지 못하고, 역사가 만들어낸 주변부 삶의 이야기다. 황 인위 감독은 그 이야기를 빽빽한 역사적 맥락에 손쉽게 용해하지 않는다. 울창한 열대 풍광 속에 고독한 노인의 일상이 자리 잡고 있듯, 그녀의 기억은 그 고유한 결 그대로 관객에게 전달된다. <녹색 감옥>은 잊히고 배제된 삶에 바치는 지극히 섬세하고 정서적인 헌사다.
황 인위HUANG Yin-Yu
오키나와를 기반으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타이완 출신 창작자. 이흘라바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선정한 '2020년의 떠오르는 프로듀서' 중 타이완 대표로 선정되었으며 시네마앳씨이시가키국제영화제의 집행위원장을 맡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