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리버스
KP
한 여성이 신화 속 도시인 런던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를 담은 단편 영화다. 그 여정에서 여성은 연기와 화학 폐기물을 내뿜는 광활한 늪과 유황 불꽃이 솟구치는 땅을 만난다. 자바 섬 동부의 이젠 화산에서는 유황을 채취하기 위해 소수의 노동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이 두 아이디어를 결합한 영화는 허버트 리드의 시 「세상의 가을」을 곁들인, 테스트 촬영 영상이다.
<이젠/런던>은 인도네시아의 이젠 화산의 분화구에서 촬영한 풍경 이미지들로 구성되었다. 푸른색 화염이 피어오르는 분화구, 파이프를 타고 흐르는 연기, 회백색 화산재에 뒤덮인 바위들은 노랑과 파랑, 주황으로 필터링된 이미지들로 재현된다. <이젠/런던>의 무대가 되는 화산은 도시 외곽의 산업단지에서 볼 수 있는 암울한 경관들에 대한 비유이다. 뜨거운 황폐함 안에서 벤 리버스는 수백 년 후 런던이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암시를 찾는다. 영화의 말미에는 영국 시인 허버트 리드의 시 ‘세상의 가을 The Autumn of the World’이 저음의 나레이션으로 깔린다. 16mm 필름의 대가인 리버스는 화산 분화구에서 피어오르는 유독가스를 통해 불투명한 미래를 암시하지만, 궁극적으로 그 안에도 삶의 흔적이 있을 것임을 이야기한다. 제한된 색상 팔레트에도 불구하고 강한 인상을 주는 단편이다.
벤 리버스Ben RIVERS
런던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예술가이자 실험영화 제작자. (2015),(2019)처럼 다큐멘터리와 픽션 사이를 넘나드는 작품을 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