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미 파라
KP
시리아 혁명이 시작되고 10년이 지난 후, 세 명의 시리아 활동가들이 파리의 한 극장에서 재회한다. 시리아인 감독 라미 파라는 실물 크기의 화면으로 활동가들의 모습을 포함한 푸티지를 보여준다. 잔혹한 푸티지를 함께 보면서 그들은 개인의 여정을 회고하고 공동의 기억을 되살린다. 이 과정은 평화로운 봉기가 사나운 전쟁으로 대체되어 버린 시리아의 복잡한 상황을 엿볼 수 있는 창을 그려낸다.
아랍혁명을 함께 겪은 세 명의 시리아 활동가가 무대에 서서 혁명 당시 영상을 보고 기억을 나눈다. 혁명의 거리에 가득한 열정과 설렘이 무대 위의 얼굴에도 발그레한 기쁨을 만든다. 그러나 곧이어 그 얼굴에는 붉은 피의 기억이 깃든다. 무대의 이들은 눈앞에 있는 영상에서 시리아 독재정권을 상징하는 동상을 제거하고 있는 네 명의 젊은이를 보며 그들이 이후 저격당해 죽었다고 전한다. 총소리, 피, 죽음의 이미지가 강화된다. 많은 이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남겨놓은 영상, 그 공동 기록이 활동가들의 기억과 함께 무대에 오른다. 혁명을 열망하는 이들이 공유하는 기쁨, 동료의 죽음 앞에 차오르는 분노, 죽음보다도 두려운 어떤 상실 앞에 흘리는 눈물, 번갈아 서로를 쓰다듬고 어깨동무하는 제스처. 그 정동이 무대에 올랐을 때 기록은 내전이 아니라 혁명의 맥락 속에 바로 선다. 그 무대는 또한, 기억의 퍼포먼스란 그럴듯한 표현을 구상하는 차원이 아니라 지나갔다고 여겨지는 것을 향한 사랑과 갈망을 멈추지 않는 시간 자체에서 나타나게 되는 것임을 일깨운다.
라미 파라Rami FARAH
시리아 출신의 댄서이자 연기자, 영화감독. 소속감과 탈장소를 주제로 작업하며 첫 장편 다큐멘터리인 (2019)을 연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