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림 카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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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토퍼스>는 베이루트 항구 폭발의 트라우마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영화는 침묵 속에서 그 과정을 항해하며 사건의 거대함에서 탄생하는 무수한 존재론적 질문들에 던진다. 검토하지 못한 세계관들, 고통과 의미, 공동체의 목적, 그리고 많은 다른 고요한 생각들에 대한 질문이 돌무더기 가운데 흩뿌려진다. 우리가 아무것도 말하지 않을 때 우리는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2020년 8월 4일 레바논의 베이루트항구에서 엄청난 규모의 폭발 사고가 일어났고, 시민들은 레바논의 경제 위기에 이어 폭발 사고에까지 이어진 무책임한 정부를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이 영화의 감독은 사고 전날 베이루트에 도착해서 호텔에 있다가 이 사고를 겪었다. 그는 폭발의 여파와 분노한 민심으로 들끓는 베이루트를 ‘침묵’ 속에 담기로 결정했고, 이 영화의 침묵은 말로 미처 다 설명할 수 없는 도시의 에너지를 분출한다. 조용한 도시는 좌절·체념·분노·저항 등등의 그 어느 한 마디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간간이 미디어에서 흘러나오는 사고 소식과 재건에의 의지를 담은 말들은 도시의 침묵 속에 무력하게 흩어질 뿐이지만, 묵묵히 지속되는 시민들의 행동과 표정은 폐허가 된 도시를 지탱한다. 더 이상 미디어의 말을 신뢰하지 않는 도시의 침묵은 사라진 이들과 그들이 남긴 공간을 잊지 않고, 그 기억이 어떤 도시를 만들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카림 카셈Karim KASSEM
베이루트 출생.미국과 레바논을 주로 오가며 영화, 뮤직비디오, 광고를 제작하는 영화감독. 첫 장편작 (2020)은 로테르담국제영화제와 비종뒤레엘에 선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