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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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낮, 어떤 바닷가. 여느 때처럼 여러 고양이가 여유롭게 노니는 땅. 그곳을 삶의 전부로 삼고 있는 한 부부가 뭍에 올린 한 척의 배를 두 사람의 힘만으로 해체하려고 한다. 점차 도려지는 선박 사이에는 불꽃과 연기로 빚어진 노동만이 아니라 사려 깊은 거리감으로 마주한 인간과 고양이들의 생도 함께 존재했다. 서로를 지켜보며 지켜온 인간과 작은 생명들은 그렇게 함께 살아가고 있다.
어느 바닷가의 한 터전. 해체된 배 주위로 고양이들이 돌아다니고, 이 고양이들을 돌보는 부부가 있다. 이 부부는 한 척의 배를 온전히 그들의 힘으로 해체한 사람들이다. <해체: 바다의 몸>은 여성 구술자를 통해 배, 고양이, 인간 사이를 파도처럼 드나들며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 그동안의 어려움을 딛고 “좋은 배를 만들고 싶은 마음에 직접 해부를 해보기로” 결심한 부부는 설계도면을 보면서 역순으로 배를 해체한다. 고양이 미미, 못난이, 판박이, 까미 4대가 태어나고 자라는 동안 배는 온전히 해체되고, 그중 일부는 쓰임을 달리해 부부와 고양이들의 집이 되었다. <해체: 바다의 몸>은 이미지, 말과 침묵을 조율해가며 만물의 순환과 삶의 풍요로운 감각을 담아내고 있다. 이 힘이 전해지는 건 무엇보다 “먹을 것을 찾기 위해 2미터 담장을 올라가는 아기 고양이를 외면할 수 없던” 연민과 배려, 그리고 긴 시간 망망대해를 누볐을 한 척의 배를 존중하는 인간의 마음 덕분이다.
박군제PARK Koonje
한국예술종합학교 방송영상과 졸업 후 동 대학원에서 다큐멘터리를 전공하였다. 기억 이미지 재현을 다룬 장편 연작을 만들었으며, 원리에 대한 사유와 영상 내러티브의 재해석을 다룬 SF 단편들을 제작하고 있다. 최근작으로는 〈해체 : 바다의 몸〉(2022)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