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다큐멘터리는 각 시대에 살았던 실존 인물들을 통해 일 만년의 인류 빈곤사를 60분짜리 애니메이션으로 압축하여 보여주는 감각적인 작품이다. 감독 벤 루이스는 빈곤의 철자 POVERTY의 처음 첫 세 철자 POV에서 시점을 의미하는 영화 용어 Point Of View를 떠올렸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가난한 사람들의 시점으로 빈곤의 역사를 말하는 다큐멘터리를 만들고자 했던 자신의 제작 의도를 감독 노트에 밝히고 있다. 감독은 이 애니메이션 인류 빈곤사를 만들기 위해 여러 도서관에서 수많은 저작들을 읽으며 실제로 가난한 삶을 살았던 당대 사람들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을 애니메이션의 주인공들로 되살려내었다. 그는 19세기 이집트의 사람들의 빈곤을 그려냈고, 중세 파리의 거지를 불러내었으며, 런던의 17세 매춘부 미혼모의 처참한 삶을 재구성하고, 중국이 가난을 퇴치했던 일화 등을 소개하며 이들의 관점에서 빈곤이라는 화두를 진지하고 일관성 있게 다루고 있다. 과한 물질적 풍요의 시대에 사는 현재, 여러 가지 질문거리를 던지는 다큐 애니메이션이다. 애니메이션을 이용해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것은 이 작품처럼 실제 인물들을 인터뷰하거나 자료 필름도 찾을 수 없는 시대의 이야기를 보여주기에 적절해 보인다. 본래 애니메이션은 영화와 달리 사진이 원재료가 아니라 그림이 원재료이기 때문에 대개 환상적이거나 동화적인 내용이 주류를 이루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애니메이션으로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방식이 주목 받으며 우수한 작품들이 등장하고 있다. <만화로 보는 빈곤의 역사>는 이미 여러 유수의 영화제에서 수상하였으며 전 세계 70개 텔레비전 채널에서 상영되며 작품성과 주제의식을 인정받은 바 있다. 동원된 여러 애니메이션 기법들 또한 감상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동판, 목각, 사진 등을 이용한 다양한 기법들이 섬세한 움직임을 만들어내며 작품의 주제를 풍요롭게 만든다. 다만 깊이 있게 역사적으로 빈곤의 문제를 다룬 것에 비해 현재 빈곤의 문제에 대한 언급이 다소 아쉽다. (김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