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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2015)

I AM DOCU



그리고 이미지가 응시하는and the image gazes back

벨리트 사흐

  • Netherlands
  • 2014
  • 10min
  • DCP
  • black and white

Synopsis

2014년 겨울, 오전, 암스텔 강가를 따라 걷는 동안 어떤 이미지를 떠올린 듯하다. 사실 무심히 걸으며 오후의 싸늘한 북유럽풍의 바람과 암스테르담을 가로지르는 전동차의 녹슨 철로의 한기 때문에 고개를 움츠렸을 뿐인데도 말이다. 이윽고 라익스 뮤지엄에 도착하고 굳게 닫힌 문이 열리기 전까지 그 이미지를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선명하지는 않지만 강렬한 느낌을 가지고 있었던 그 이미지는 분명 내가 방문하게 될 수많은 방들 중 하나의 이미지였을 것이다. 미로와도 같은 건물의 복도를 따라 즐비하게 연결되어 있는 전시공간을 들락날락하면서 머무르게 된 하나의 공간, 1838년 혹은 1839년 파리에서 찍은 한 장의 사진을 가리키는 손가락은 흐릿하게 보이는 인물을 지시하고 있다. 그리고 이 비디오아트의 작가인 벨리트 사흐의 내레이션이 들린다. : “이미지와 연관된 어떠한 사실도 여기서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이어서 ISIS에 의해 숙청을 당한 미국인 기자 제임스 폴리에 관한 기사를 언급하면서 폴리의 사형집행 장면과 1995년 미국영화 <세븐>의 마지막 장면을 비교하기 시작한다. 노란 빛깔의 사막 배경과 오렌지색 점프 수트, 그리고 검은색 복장, 카메라의 각도와 그림자를 언어적으로 지시하면서 두 장면의 색감과 각도, 음영화 된 이미지를 번갈아 보여준다. 그리고 손가락이 지시했던 첫 번째 이미지로 돌아온다. 작가는 이미지에 포착된 인물이 아닌 이미지로부터 달아난, 혹은 셀룰로이드 유제층에 은폐된 움직이는 대상들을 복원하고자 시도한다. 이제 내가 그 검은 방에서 경험하게 된 하나의 사실은 이미지의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적 사유도 아닌, 단지 이미지일 뿐인‘시간-이미지 ’의 결정체에 대한 반응일 것이다. 벨리트 사흐는 우연히 발견하거나, 아무런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사진이나 사물을, 혹은 인쇄매체와 온라인을 통해 생산되는 자료들을 수집하여 과거의 흔적을 끄집어 내고 미래의 기억을 불러내는 독특한 기술에 매혹된 듯하다. 어쩌면 오전의 싸늘한 북유럽풍의 바람과 녹슨 철로의 한기가 이 도시를 방문하게 될 미래의 기억을 불러일으켰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이 도시를 처음 방문했고, 이제 곧 누군가를 만나게 될 거란 사실을 알고 있다. 작가는 아프리카의 부르키나파소의 민중들이 국회의사당 대신 방송국을 점령한 한 장의 사진을 보여주며 다시 질문을 던진다. : “당신은 이제까지 어떤 이미지들을 보존하였는가? 이 사진은 1989년 루마니아 혁명 당시 시인 미르체 아디네스쿠와 그의 동료들이 방송국 스튜디오에서 인민의 승리를 알리는 생중계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카메라 앞에 위치한 민중들의 제스처와 표정, 프레임의 중간에 위치한 인물의 포즈는 사실, 부르키나 파소의 민중혁명을 재현한 이미지이다. 역사는 다름 아닌 이미지로 기억되고, 그 이미지들이 재구성한 파편화된 이야기를 배열한다. 2014년 10월 31일, TV화면을 통해서 보여지는 부르키나 파소의 민중혁명은 어떠한 의미도 지시하지 않는, 그들만의 삶과 죽음일 뿐이며, 현실은 극도로 물리적인 실재이며, 단지 사건만을 보여줄 뿐이다. 10분짜리 이 싱글비디오 작품은 부르키나 파소와 루마니아, 미국영화 <뜨거운 오후>와 1972년 8월, 뉴욕 부르클린 은행 강탈사건, 1981년 2월, 스페인 군부 쿠테타와 프랑스 코미디 혹은 핑크팬더 시리즈, 알레고리적 의미작용과 물리적인 실재, 기호체계와 해석, 그리고 리얼리티와 허구의 은밀한 교류를 통해 이미지의 가시성과 재현성이 어떠한 방식으로 지식과 권력체계를 구축하고 있는지 탐험하고 있다. 벨리트 사흐는 여기 혹은 저기 있는 잉여의 이미지와 언어를 다시 위치 짓는 작업 방식으로 이미지의 정치적·사회적 담론을 환기시킨다. 미로의 끝을 지나 전동차의 녹슨 철로를 따라 다다른 곳은 암스테르담에 거주하고 있는 한 알바니아계 아티스트의 작업실이었다. 우리는 격자무늬의 커다란 유리창 앞에 놓인 테이블에 둘러 앉아 벨리트 사흐의 작품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유리창을 비춘 저녁노을 탓에 작업실 내부의 공간은 묘한 그늘이 드리웠고, 나는 갑자기 이민자가 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벨리트 사흐의 마지막 질문을 떠올렸다. : “이 세계에 대한 재현이나 해석은 헐리우드 영화미학과 얼마나 유사한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ISIS에 의한 집행의 기술은 단순히 헐리우드 영화의 장면만을 재현하지는 않을 거란 사실을 작가는 확신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얼마나 많은 제임스 폴리와 다니엘 펄의 이미지들이 가능할 것인가? 알바니아계 아티스트는 이미지에 대한 무의식의 잠재태를 언급하면서 제발트적 글쓰기가 기억을 불러내오는 독특한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제발트는 그의 소설 <현기증, 감정들 Schwidel,Gefühle>의 두 번째 이야기인 <외국에서 All'estero>이렇게 적고 있다. “나는 테라스의 열린 문 근처 탁자에 앉아 그간 기록한 메모들과 짧은 스케치들을 펼쳐 놓았다. 그리고 멀리 떨어진 곳에서 서로 무관하게 일어난 사건들, 그렇지만 나에게는 동일한 기운의 영향 아래 일어났다고 보이는 사건들의 은밀한 교류에 대해 쓰기 시작했다.” 제발트가 자신의 소설에서 아무런 기억이 없는 사진이나 타인의 기억, 문헌등을 통해서 새롭게 기억을 서술하듯이, 벨리트 사흐는 이미지라는 사물이나 대상을 모아 이를 음소형태로 분절 시키고, 쉼표나 공백으로 여백을 주면서 부분을 구성하는 하나의 전체, 혹은 전체를 구성하는 하나의 부분으로 나열하고 배열한다. 이 도시를 떠나기 위해 마지막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라익스 뮤지엄에서 갖고 온 엽서 한 장을 유심히 바라다 본 것 같다. 그것은 다름 아닌 전시 공간지도를 찍은 스틸사진이었다. (전성권)

Review

Director

  • 벨리트 사흐Belit SAGˇ

    And the Image Gazes Back (2014) Lost (2014) ‘You Loved Her’ (2013) ‘Thank You’ (2012) First Day of Superman (2012) Absences (2010)​ 

Credit

  • Editor Belit SAGˇ
  • Sound Melih SARIGÖ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