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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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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믈러 프로젝트The Himmler Project

로무알트 카마카

  • Germany
  • 2000
  • 182min
  • DCP
  • color

Synopsis

동시대 독일영화감독들 가운데 가장 비타협적인 인물이라 할 로무알트 카마카는 쉬이 범주화되기 힘든 독특한 작업들로 예민한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한편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함부르크 강연>(2006)과 더불어 그의 가장 대담무쌍한 작품으로 꼽히는 극단적인‘ 낭독의 영화 ’<히믈러 프로젝트>(2000)만큼이나 철저하게 카마카다운 영화도 없을 것이다. 카마카는 나치 독일의 2인자였던 하인리히 히믈러가 1943년 10월 4일 폴란드의 포즈난(독일어 명칭은 포젠)에서 92명의 나치 친위대(SS)장교들에게 행한 연설, 무엇보다 유대인 절멸계획에 대한 언급으로 악명 높은 그 연설을 영화의 소재로 취했다. (이 연설은 비밀리에 행해진 것이었지만 전체가 녹음 및 보존되어 현재까지 전해지고 있다.)영화의 아이디어는 단순하다. 단색의 배경막 앞에 강연대만이 덩그마니 놓인 세트에서 한명의 배우 (만프레드 자파트카)가 히믈러의 연설 녹음자료를 토대로 작성된 원고를 처음부터 끝까지 낭독하는 것이다. (3시간에 달하는 영화의 상영 시간은 히믈러가 실제로 연설했던 시간과 거의 같다.)사실 자파트카는 텍스트를‘낭독 ’(reading)한다기 보다는 (매우 이례적인 방식이기는 해도)분명 그것을 ‘연행 ’(performing)하는 배우로서-하지만 히믈러라는 배역을 연기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카메라 앞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간헐적으로 쇼트의 변화가 있기는 하지만 카메라는 낭독 중인 자파트카의 얼굴을 그의 눈높이에서 포착하는 데 집중한다. 그런데 히믈러의 연설 도중 청중이 보인 반응 (가령 웃음소리)이 자막으로 제시되는가 하면, 연설도중 말의 중단이나 실수까지도 가감 없이 드러나고, 행사장의 보안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음을 안 히믈러가 잠시 연설을 중단하고 부하들에게 내리는 지시 또한 고스란히 낭독되는 등, 연설 자체를 재연하려 하기 보다는 연설 녹음자료의 시청각적 분석을 통해 연설의 정황을 읽어 내고 재구성하려는 시도가 두드러진다. 쇼트의 변화는 연설의 토픽이 미묘하게 전환되는 경우나 히믈러가 청중 가운데 누군가를 바라보며 지목하는 경우-이때 카메라는 그 청중의 시점에서 앙각으로 히믈러를 올려다 본다.-에만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러한 변화에 대한 기대 및 예측과 결부된 서스펜스는 대단히 강렬해지며 변화가 일어날 때마다 관객은 그 의미와 이유를 숙고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 영화를 보는 이라면 다음과 같은 물음을 던져볼 법도 하다. 이것을 제1차 포젠 연설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재구성한 미니멀리즘적 픽션으로 보아야 하는가, 아니면 연설 녹취록의 낭독이라고 하는 사건을 기록한 다큐멘터리로 간주해야 하는가? 이 물음을 픽션과 다큐멘터리 간 경계의 모호함이라고 하는 (이제는 벌써 진부하게 느껴지는)오늘날 널리 퍼진 담론의 맥락에서 파악하려 드는 건 쓸모없는 일이다.<히믈러 프로젝트>는 하나의 거대한 픽션을 해부하기 위해 마련된 시청각적 실험실이다. 여기서 거대한 픽션이란 히믈러가 연설에서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는 바, 나치 친위대가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는 가운데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의 틀을 완전히 다시 짜는 것이다. 통상 히믈러의 연설은 3시간에 달하는 전체 가운데 유대인절멸에 관한 5분 남짓 한 부분만이 강조되고 거듭 인용되어 왔는데, 카마카는 우리로 하여금 그것을 제3제국의 거대한 픽션이라는 맥락 속에서 다시 살펴보게끔 한다. 카마카의 집요한 시청각적 분석을 따라 히믈러의 연설을 주의 깊게 살피다 보면, ‘히믈러 프로젝트’가 비단 나치즘 시기에 국한된 과대망상증적 픽션이라기보다는 오늘날까지도 독일을 사로잡고 있는 픽션이기도 하다는 점을 깨닫고 놀라게 된다. 2000년에 <히믈러 프로젝트>가 첫 공개되었을 때 이 영화는 사뭇 예언적으로 비쳤을 것이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지금, 히믈러의 발언은 독일 주도하의 유럽 연합체제를 좌지우지하는 ‘메르키아벨리즘’(울리히 벡)과 소름끼치게 공명하는 것으로 비친다. 즉, 카마카는 이미 화석화되고 진부한 방식으로만 언급되는 역사적 도큐먼트를 온전히 치밀하게 다시 ‘읽는’과정을 통해 어떻게 동시대의 이슈에 개입할 수 있는지를 놀랄 만큼 단순한 방식으로 보여주고 있다. 픽션이나 다큐멘터리, 혹은 에세이 영화 같은 용어들에 얽매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를 시청각적 문헌학(audiovisualphilology)이라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카마카는 9.11테러범들에게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진 이슬람교 지도자 모하메드 파자지의 2개의 강연 녹음자료를 토대로 한 <함부르크 강연>에서 (다시 한 번 배우 만프레드 자파트카와 함께) <히믈러 프로젝트>에서 실험한 방법론을 더 밀고나가게 된다. 이들 작업은 ‘낭독’이라는 행위가 전면화 된 정치적 미학을 실험했다는 점에서 이따금 장-마리 스트라우브와 다니엘 위예, 혹은 카마카의 영화적 스승인 알렉산더 클루게의 몇몇 작업들과 비교되기도 한다. 그러나 원래의 텍스트에서 잠재적 의미를 끌어내거나 다른 텍스트와의 병치를 통해 새롭게 가능한 의미를 더하는 그들의 작업과 카마카의 작업을 나란히 놓는 것은 적절치 않다. 히믈러의 연설이나 파자지의 강연 같은 오명의 텍스트에 이끌리는 카마카는 무엇보다 그러한 텍스트들을 내파시키는데서 자신의 정치성을 발견한다. (유운성)

Review

Director

  • 로무알트 카마카Romuald KARMAKAR

    The Himmler Project (2000) Villalobos (2000) Hamburg Lectures (2006) Between the Devil and the Wide Blue Sea (2005) Land der Vernichtung (2004)​ 

Credit

  • Cinematography Bernd NEUBAUER, Werner PENZEL, Florian SÜßMAYR
  • Editor Bernd NEUBAUER, Werner PENZEL, Florian SÜßMAY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