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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2015)

I AM DOCU



제국의 국경 II – 웨스턴 엔터프라이즈 주식회사Empire’s Borders II - Western Enterprises, Inc.

천제런

  • Taiwan
  • 2010
  • 70min
  • DCP
  • black and white

Synopsis

문제가 된 진실

문제가 되는 이슈가 무엇이건, ‘역사적 진실을 찾아 과거사를 탐사한다’는 전제는 많은 다큐멘터리들의 중심에 놓인다. 그 문제에 대한 해석이 여전히 합의되지 않은 것일 때, 그것은 더 이상 과거에 속하지도 현재에 속하지도 않는다. 대신 그 둘 사이 어딘가에서 부유할 뿐이다. 대만의 영상작가인 천제런의 2010년 작품인 <제국의 경계들 II-웨스턴 엔터프라이즈 주식회사>는 정확하게 이 경우에 해당한다. 그 중심에는 1951년 미국의 중앙정보부(CIA)와 대만 국민당이 함께 만든 ‘반공구국군 (NSA)’이 있다. ‘웨스턴 엔터프라이즈 주식회사’라는 무역회사의 이름하에 활동했던 반공구국군은 한국전쟁 중이던 중국의 본토에 개입, 공격을 시도하려는 임무를 띠고 만들어졌다. 공산국가인 중국의 존재감이 더욱 커지자, 아시아 지역의 헤게모니를 유지하려는 목적에서 미국이 창설한 것이 ‘반공구국군’이었던 것이다. 물론 지금까지도 그 존재는 공식적으로 인정되지 않고 있다. 주지하듯, 이 시기는 소위 ‘백색 테러’라고 불리우는, 대만 현대사의 가장 어두운 시기(1949-1987)에 해당한다. 대만영화사에 대한 지식을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는 이들이라면 알겠지만, 후 샤오시엔은 <비정성시>(1989)나 <호남호녀>(1995)와

같은 미묘하면서도 힘있는 영화들을 통해 이 문제를 용감하게 건드린바 있다. 천제런의 본 작품이 이러한 선구적인 작품들과 다르다면, 그것은 ‘가해자’ 혹은 ‘피해자’라는 기존의 구분 범주에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지 않는 ‘반공구국군’의 독특한 성격과 관련이 있다. 대만 국내에 배치되지 않았던 덕분에 그들은 국내의 저항을 폭력적으로 진압하는 과정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근본 과제는 군사적인 것으로서, 국민당 정부의 일부를 이루는 것이었다. 사태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 건, 본토 공격 과정에서 이들 일부가 사망했고, 대부분본토에서 온, 농업과 어업을 본업으로 삼던 가난한 집에서 차출된 젊은 남자들이 자신이 복무한 시간에 대한 금전적 보상을 전혀 받지 못했다는 데에 있다. 그런 의미에서 ‘그들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단순해 보이지만, 실상 그렇지 않다. 그들의 정체(성)을 둘러싼 이 불편한 흔들림은 영화 시작에서 우리가 알게 되듯 천제런의 아버지가 반공구국단 병사였다는 사실 때문에 더욱 흥미로운 것이 된다. 사실 이 다큐프로젝트 자체는 2005년 사망하시기전, 천제런의 아버지가 남긴 자서전과 본토 공격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동료병사들의 명단에서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반복되는-아마도 그의 동료들 사진과 반공구국단 관련 서류들일 것으로 추정되는-무언가가 타서 재가 되는 벽난로의 이미지가 시사하듯, 진실을 향한 영화의 탐구는 실패할 운명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이 점에서 눈여겨볼 것은 캐릭터들의 얼굴이 나름 뚜렷하게 드러내는, 감정적인 얼굴 표정의 부재다. (이 작품은‘재연’을 재현의 중심양태로 채택하고 있기에 ‘캐릭터들’이란 표현을 썼다)감독을 대변하는 남성 주인공을 따라 우리는 폐허처럼 버려진 건물 내를 돌며 반공구국단 병사와 그들의 친지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들

은 늙고, 피곤하며 무엇엔가 짓눌려 보인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가 이러한 시련을 직접적으로 야기한 ‘가해자’를 손으로 지목할 수 있을 정도로 명확한 건 아니다. 물론 우리는 진실을 향한 이 허구적인 탐사의 끝에서 일련의 뉴스화면을 보게 된다. 40분 이상 끝나지 않을 것처럼 이어진 느리고 긴 걸음 이후라는 타이밍은 무언가가 폭로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하지만, 그것은 카타르시스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 ‘악한 가해자’대신, 우리는 집중력 있게 자신들을 경청하는 대만 청중들에게 연설하고, 만면에 웃음을 띤 채 그들이 즐겁게 일하는 공장의 개회식에 참석한 미국의 고위 공직자들을 보게 된다. 이 복잡한, 소위‘ 포스트 콜로니얼 ’적인 과거의 성격은 현재에도 매우 효과적으로 영향을 끼친다. 뉴스 화면 직후에 이어지는, 자신의 번호가 쓰인 종이를 든 대부분의 사람들의 얼굴은 마비되어있는 것이다. 진실을 향한 그들의 노력은 결실을 맺게 될까? 벽난로에서 나오는 마지막 장면의 연기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시사한다. (곽영빈)

Review

Director

  • 천제런CHEN Chieh-Jen

    Realm of Reverberations (2014) Friend Watan (2013) Empire’s Borders II - Western Enterprise, Inc. (2010) Empire’s Borders I (2008-09) Factory (2003) Lingchi-Echoes of a Historical Photograph (2002)​ 

Credit

  • ProducerCHEN Chieh-Jen
  • Cinematography Jake Pollock, Chien Ming-chi
  • Editor Lee Chun-yi
  • Sound Lo Song-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