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제7회 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2015)

I AM DOCU



니콜라이 차우세스쿠의 자서전The Autobiography of Nicolae Ceausescu

안드레이 우지카

  • Romania
  • 2010
  • 180min
  • DCP
  • color/black and white

Synopsis

어떤사형수의일기

<니콜라이 차우세스쿠의 자서전>을 소개하며 우선 러닝타임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3시간 7분, 한 자리에 앉아 전혀 딴 생각 없이 스크린에 집중하기엔, 좀 길다. 물론 영화가 관객에게 하나하나의 에피소드에 집중하길 바라는 것 같지도 않다. 그렇게 이 영화는 관객에게 그리 친절하지 않은 듯해 보이지만, “니콜라이 차우세스쿠의 자서전”이라는 그 타이틀만은 의외로 친절하게 많은 것을 알려 준다. 이 영화는 루마니아의 대통령이었던 차우세스쿠의 이야기다. 그것도 ‘전기’라고 하니 당연히 다큐멘터리일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제목은“자서전”이라고 적고 있는데, 그렇다. <니콜라이 차우세스쿠의 자서전>은 안드레이 우지카의 작품이지만 실제로 그가 만든 전기는 아니다. 영화는 차우세스쿠 ‘스스로’ 만들어 낸 전기, 즉 자서전이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영화가 최근 영상 작품에서 소위 ‘핫’하다는 아카이브작업이기 때문이다. 우지카 감독은 이 세시간짜리 영화를 위해 1000시간이 넘는 영상자료들을 훑어 내려간 것으로 전해진다. 영화 세 시간은 감독이 씨름했던 1000시간에 비하면 전혀 길지 않다. 뿐만 아니라 영화가 다루고 있는 24년—즉 차우세스쿠가 정권의 전면에 나서게 된 1965년부터 그의 실각까지—에 비하면 1000시간도 어쩌면 한 숨의 순간일지 모른다. 단순히 210, 240시간 (24년)이라는 물리적 시간에 대해서가 아니다. 그 시간은 차우세스쿠가 민중의 눈과 귀, 그리고 입을 막은 채, 국가총비서에서 주석으로, 주석에서 대통령으로 타이틀을 바꾸고 더해가며 실행했던 압제의 기간이며, 동시에 그러한 상태가 결코 끝나지 않을 영원인 것처럼 믿게 만드는 시간이었다. 견뎌야 했던 그 시간에 비하면, 어떤 아카이브 자료도 한낱‘표본 ’에 불과하며, 그로 만든 어떠한‘ 다큐멘터리’의 시간도 그저 투정 어린 한숨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 모든 것이 마치 하나의 긴숨인 듯, 자애롭게, 감독은 차우세스쿠가 토해내는 마지막 항변에 영화를 양보했던 것이다. 차우세스쿠의 마지막이 담긴 군사법정 자료로 시작한 영화는 장밋빛으로 꾸며진 그의 화려한 24년을 달려, 다시 법정에서 끝을 맺는다. 죄를 인정하느냐는 질문과 그에 대한 대답 사이, 그 사이의 긴 숨, 영원을 꿈꾸었던 독재자에게는 짧을 수밖에 없는 마지막 반론의 시간이다. 국가를 위해 한 평생 헌신해왔을 뿐 전혀 잘못한 것이 없다는, 한줌의 희망도 없는, 그 대답처럼, 영화는 차우세스쿠가 24년간 충실히 꾸며왔던 또 다른 세계를 파운드 푸티지를 이용하여 차근차근 풀어내고 있다. 이쯤 되면 누군가는 우지카 감독이 너무 너그러운 것이 아닌지 불만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그 독재자의 최후를 알고 있지 않은가. 사실 영화에서 처음과 마지막을 장식하는 법정 장면은 그 오랜 기간의 악행에 대해서 너무나 신

속하게 집행된 사형식과 함께 서양세계에 배포되어 널리 알려진 영상이다. 영화는 차우세스쿠의 전기라면 당연히 그 마지막장이 될 법한 이 처형장면은 남겨두고, 모두 “거짓말”이고. “선동”이라고 당당하게 호통치는 모습으로 마무리를 하니, 이것은“ 차우세스쿠의 자서전 ”이라 이름 붙은 이 영화에 조금의 역사적 진실도 공존할 수 없음을 밝히고자 하는, 감독의 단호한 조치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그들 부부가 무너지는 단 몇 초의 영상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생생한 역사지만, 통제와 연출, 조작으로 이뤄진 환상의 기록은 그것과 구분되어야 한다는 선언처럼. 우지카 감독은 이미 1992년 하룬 파로키와 함께 <혁명의 비디오그램>에서 차우 세스쿠의 마지막을 담아낸 바 있다. 그 강렬했던 5일 간의 기록이 이미지가 포착해낸 변화와 그 정치적 힘을 증명하였다면, <니콜라이 차우세스쿠의 자서전은> 그 내용이 아니라 그 존재 자체가 역사인 정치적 이미지들을 제시한다. 전자가 사건에 대한 기록으로서 영화같은 역사를 보여주고자 했다면, 이 영화는 역사가 영화처럼 쓰여질(기록될)수 있음을 증명한다. 지속적인 폭력과 압제 속에서 진실은 기록될 수 없는 상태로만 존재할지 모른다. 아카이브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의미하다. 역사 같은 영화는 하나의 알리바이로서, 차마 기록 되지 못한 그 진실을 가리키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영화가 불러일으키는 노스텔지어는 덤이다. 냉전과 그 막바지를 기억하는 세대에게도 아니면 자본주의를 유일의 체제로 경험하는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김일성의 카드섹션이나 이멜다의 구두가 아직 생생했던 20세기를, 사회주의 국가의 몰락과 더불어 그 몰락을 가져왔던 자본주의에 대한 희망을, 이제는 부재하는 대상으로서 나마,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빛을 잃어버린 화려함만 가득찬 어느 사형수의 백일몽에서…. (남수영)

Review

Director

  • 안드레이 우지카Andrei UJICA F

    The Autobiography of Nicolae CEAUSESCU (2010) Out of the Present (1995) Videograms of a Revolution (1992)​ 

Credit

  • ProducerVelvet MORARU
  • Editor Dana BUNESCU
  • Sound Dana BUNESC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