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제17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크리틱스 초이스 프로그램 발표

 

 

크리틱스 초이스 신설에 부쳐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는 2025년 ‘크리틱스 초이스’라는 제하의 프로그램을 신설합니다. 한국 다큐멘터리 영화를 대상으로 한 비평적 담론화가 이 섹션의 신설 취지입니다. 현장 비평가(정지혜, 조혜영, 한창욱, 이상 가나다순)와 프로그래머(장병원, 강진석)로 구성된 ‘크리틱스 초이스 선정위원회’가 지난 1년간 영화제, 극장 개봉, OTT 플랫폼 등을 통해 공개된 한국 다큐멘터리를 대상으로 10편 내외의 장, 단편 작품을 선정하여, 영화제 기간 상영합니다. 제정 취지와 방식에 따라 이 섹션은, 축제 큐레이션의 근간을 이루는 ‘프리미어’ 정책의 적용을 받지 않습니다. 선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1편에 대해서는 시상식에서 ‘비평가의 시선상’을 수여합니다.

 

 ‘크리틱스 초이스’는 한국 다큐멘터리 영화의 시의적 조류와 쟁점을 환기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으므로 상영과 시상으로 모든 것이 끝나지 않습니다. 선정위원회는 영화제 기간 쟁점과 논의를 위한 담론장(長)을 마련할 것이고, 우리의 관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판단한 작품들을 정리하여, 기록으로 남기는 아카이브 기획으로 이어가고자 합니다. 영화의 혁신, 연구, 독창성 및 독립성에 주의를 기울여 한국 다큐멘터리의 성취를 기리고자 하는 ‘크리틱스 초이스’에 많은 분들의 성원과 비판의 목소리를 기대합니다.

 

 

제17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크리틱스 초이스 선정의 변

 

 에세이에 관한 규정은 여전히 모호합니다. 강요된 규칙 없이 별의별 것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에세이’란 장르는 어쩌면 이름 붙이기 힘든 것들의 영속적 임시 거처일지도 모릅니다. 어떨 때는 무척이나 사적으로 보이고, 또 어떨 때는 작가의 주의 주장이 분명히 인지되기도 합니다. 완결로 보이면서도 미완결처럼 보일 때도 있습니다. 잡다하면서도 친숙하고, 정결하면서도 낯설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런 형식이나 범주적 직관 없이 호명되는 것은 아닙니다. 온갖 것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긴 하지만 우리는 ‘에세이 같은 것’을 직관적으로 느끼면서 글을 쓰고 읽으며, 영화를 만들고 봅니다. 올해 처음 시도하는 크리틱스 초이스는 이 무규정적이면서도 여지없이 감지되는 어떤 범주의 흐름과 마주하며 현재 한국 다큐멘터리 지형을 탐색하려 합니다.

 

 에세이는 하릴없이 사라지는 것을 붙잡으려 하면서도, 영원히 붙들 수 있다고 말하려 들지 않습니다. 사라졌다고 여겨진 것들은 에세이의 형식 안에서 우리에게 다시 돌아와 불투명하게 조각난 기억을 재생하도록 이끌기도 합니다. 마치 소멸한 것들, 소멸해 가는 것들의 시간을 유예하여 너무도 가속하고 있는 지금 이 시대의 유속을 붙잡는 듯합니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한국 다큐멘터리도 그러한 기억과 형상, 시간 감각을 남깁니다. 그중에서도 생태와 자연, 비-인간적 형상을 통해 인류세 시기의 인간이 어떻게 공존을 모색할 수 있는지 보게 하는 작품들이 있습니다.

 

 기계, 플라스틱, 동식물 등을 경유하여 생태적 시선을 드러내는 <광합성하는 죽음>은 점차 뭉그러지는 세계의 풍경을 다시금 보게 합니다. <나무가 흔들릴 때 마음이 찾아온다>, <별나라 배나무>, <집에 살던 새는 모두 어디로 갔을까>, <창경>은 속절없이 흘러가고 허물어지는 시간과 공간의 흔적을 탐색하고 질문하며, 동식물 및 장소에 대한 기억을 더듬고 반추합니다. <공원에서>와 <에스퍼의 빛>은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를 불안하게 탐색하면서도 다큐멘터리 영화의 ‘현장’에 대한 기존 관념을 질문합니다. <에디 앨리스: 테이크 / 에디 앨리스: 리버스>는 복원, 회복, 변형이라는 영화 매체적 성질을 정체성 문제와 연관시키면서도, 영화 제작의 현장성이 어떤 성격을 지닐 수 있는지 목격하게 합니다. <일과 날>은 노동 현장 다큐멘터리와 에세이의 경계에서 사적 발화의 의미를 생각하게 합니다. 조금 다른 결이지만 <압수수색>과 <케이 넘버>는 한국의 제도에 대한 문제를 다큐멘터리가 어떻게 동시대적으로 질문하고 논평하는지 확인하게 합니다. 광장정치 이후의 시대적인 의제 또한 지나칠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가 무엇을 회복하고 바꾸어야 하는지 대화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이렇게 7편의 장편, 4편의 단편을 통해 제17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크리틱스 초이스’는 한국 다큐멘터리뿐만 아니라 지금 한국의 문제적 지형까지 검토하려 합니다. 이 작품 외에도 한국 사회와 세계에 관한 관심을 놓지 않은 의미 있는 한국 다큐멘터리 작업에 지지를 보내며, 아무쪼록 영화와 이 세계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희망과 의지를 다시금 공유하기를 소망합니다. 

 

제17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크리틱스 초이스 선정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