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일러 재생
이태웅
World Premiere
1976년 KBS가 제작한 〈한국의 시간〉은, 당대의 한국인들이 스스로를 외국인들에게 어떻게 전시하고 싶어하는지가 고스란히 담긴 프로그램이다. 한 편 그 50여 년 뒤 같은 KBS에서 제작된 다큐멘터리 시리즈 〈모던코리아〉는 반세기의 시간적인 어드밴티지를 안고 과거 한국의 모습을 별도의 코멘트 없이 전하고 있다. 두 프로그램을 병치하면 한국인들이 스스로를 바라보는 태도와 관점이 얼마나 변했는지, 또는 변하지 않았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
1976년 가을 미국 공영방송 PBS에서는 ‘한국의 시간’이라는 시리즈물을 방송하였다. 한국방송공사(KBS)가 제작, 납품한 이 프로그램은 일종의 수출품처럼 인식되어 전면 컬러 영상, 정제된 카메라 워크, 현란한 그래픽 등 당대의 제작 역량을 총동원한 역작이었다. 〈한국의 시간〉은 KBS 아카이브실에 보존되어 있던 당시 자료를 활용하여, 1976년 ‘한국의 시간’과 21세기 ‘모던코리아’를 연결하면서 ‘모던코리아’ 연작의 제작 동기를 넌지시 암시한다. ‘한국의 시간’은 “한국은 무엇이고, 한국인은 누구인가?”라는 정체성 찾기 질문에 대한 응답이었는데, ‘나는 누구인가’라는 존재론적 질문은 40여 년 후 아카이브 프로젝트 ‘모던코리아’의 화두로 이어진다. 40여 년의 시간 간격을 네크워크하는 〈한국의 시간〉의 초점은 ‘한국인’을 찾기 위해 ‘한국인이 아닌 것은 누구인가?’를 정의하는 부정의 어법이다. 한국 현대사에서 ‘타자화’되었던 존재들을 불러내는 우회의 호명법에 따라 ‘반공’, ‘반일’, ‘여성’, ‘전라도’ 등이 불려 나온다. 2019년 이후 4개의 시즌으로 제작된 ‘모던코리아’ 연작에서 다뤄진 이 주제들이 ‘한국의 시간’과 ‘모던코리아’라는 두 개의 성좌를 오가며 뜨개질 된다.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의 기획전 ‘모던코리아 시네마’를 위해 특별 제작된 작품이다.
이태웅LEE Taewoong
KBS 프로듀서. 스포츠 중계로 시작하여 스포츠 버라이어티 프로그램과 스포츠 다큐멘터리를 거쳐 결국에는 '일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사람이 되었다. 연출작으로는 〈공간과 압박〉(2012), 〈88/18〉(2018) 등이 있으며, 2019년부터 〈KBS 아카이브 프로젝트 모던코리아〉 시리즈를 연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