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일러 재생
권오연
2022년 10월 29일, 네온사인으로 반짝이던 이태원 거리는 수십 대의 앰뷸런스 불빛으로 붉게 물들었다. 희생자들의 장례가 끝나기도 전에 서울 시청 앞에는 순백의 국화꽃과 ‘이태원 사고 사망자’라고 적힌 위패만 덩그러니 놓인 이상한 분향소가 차려졌다. 애도가 아닌 망각을 조장하는 텅 빈 분향소에 저항하며 이태원 참사 가족들은 선명한 붉은 색의 목도리를 두르고 하얀 눈이 쌓인 이태원 거리로 나왔다. 어떤 시도와 변화와 좌절, 그리고 연대가 생겨났을까. 우리에게 이태원 참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22년 10월 29일, 서울 이태원에서 159명이 목숨을 잃었다. 세월호 참사로부터 10년도 지나지 않은, 아직 그 기억이 생생한 때에 벌어진 일이다. 얼마나 더 많은 목숨을 잃어야 안전한 사회가 실현될까? ‘10.29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 미디어팀’이 제작한 〈별은 알고 있다〉는 참사 이후 1년 동안 희생자 유가족들과 생존자들, 나아가 그날의 기억을 안고 있는 많은 이들의 여정을 따라간다. 그 여정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것은 책임을 회피하기에 급급한 정치인, 공직자들과 피해자들에 대한 막말과 혐오 발언만이 아니다.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맞아 공개된 이 영화는 그 1년이 가늠할 수 없는 슬픔을 안게 된 이들이 서로 만나 함께 위로와 애도를 나누고, 진정한 변화를 위하여 연대해 온 시간이었음을 보여준다. 그들의 말과 실천 속에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 수 있는 모든 단서가 담겨있다. “안전을 원하거든 참사를 기억하라.” 남은 일은 영화를 함께 보는 것, 영화관을 나가 기억하는 것, 잊지 않는 것, 그리고 더 많은 연대를 만드는 것이다.
권오연KWON Ohyeon
10.29 이태원 참사 이후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 미디어팀'으로 합류하며 ‘재난 이후'를 기록해 왔다. 이미지가 차고 넘치는 시대에 곁을 지키는 카메라의 의미를 찾아내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2015년 강남역사건에서 시작된 페미니즘에 대한 대화를 담은 〈X에 대하여〉(2017), 코로나 시대를 지나며 한국과 일본에 살고 있는 네 명의 페미니스트가 나누는 우정을 담은 〈순간이동〉(2022)을 공동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