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일러 재생
김응수
World Premiere
2022년 장 마리 스트라우브가 세상을 떠났다. 창작의 동지이자 연인인 다니엘 위예는 2006년 사망했고 두 사람은 다시 만났다. 나는 동네 근처의 언덕에 올라 그들의 영화를 모방해 보기로 했다. 매일 걷는 산책로이지만 그들의 공간과 유사한 점이 있다고 느낀다. 그런다고 그들을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나 포기하는 것보다는 낫다.
〈그들의 이런 만남〉은 현대 영화에 지대한 흔적을 남긴 시네아스트 듀오, 장 마리 스트로브와 다니엘 위예, 그리고 그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관객들에게 보내는 영화적 서간이다. 사실 2006년 다니엘 위예가 작고하고 2022년 장 마리 스트로브가 세상을 떠난 것은 이 편지가 발송되는 계기였을 뿐이다. 전작 〈고다르〉(2023)에 이은 이 에세이 영화는 실상 이미지와 사운드의 역량을 탐구해 온 김응수 감독이 이미 오래전부터 두 선구자와 발을 맞추며 영화적 족적을 남겨 왔음을 확인시켜 준다. 〈그들의 이런 만남〉은 시간만이 존재하는 부동의 화면과 문학의 인용 등 스트로브와 위예 특유의 영화적 인장을 인용하여 한국의 어느 산등성이에서 사계의 풍경을 담아 관객들에게 돌려주며 말을 건다. 그 이미지 속에서 진리를 길어내는 것은 언제나 미끄러짐을 동반하며, 오히려 우리는 그 미끄러짐 속에서 진리를, 나아가 영화의 진정한 기쁨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그리고 그것은 매일 걷는 산책로에서도 가능하다고. 영화적 구도자가 위대한 시네아스트들과 오랜 세월 만남 없는 동반을 거듭한 끝에 나온 절절한 에세이다.
김응수KIM Eungsu
1966년 한국 출생. 김응수는 에세이적·실험적 형식의 다큐멘터리 및 극영화를 제작해온 감독이다. 〈시간은 오래 지속된다〉(1996), 〈달려라 장미〉(2005), 〈물속의 도시〉(2014) 등을 통해 기억과 공간, 삶의 경험을 시적 관찰로 풀어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