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일러 재생
웡시우퐁
Korean Premiere
홍콩 중심부에 자리한 홍함 지역은 모순의 집합체다. 죽은 이들이 인근 장례식장으로 운구되는 한편, 살아있는 이들은 분주한 거리를 가득 메운다. 부유층은 철거 대상인 낡은 건물들을 내려다보이는 고급 주거지에 살고 있고, 가난한 이들은 건설 폐기물과 쓰레기를 뒤져 근근이 생계를 이어간다. 이 웡시우퐁의 최신 관찰 다큐멘터리는 5년에 걸친 홍함 지역의 부침을 포착한다.
홍콩의 대표적인 마천루 풍경이 펼쳐진다. 야경을 밝히는 불빛들이 가득하고, 화려한 불꽃의 잔상과 연기가 더해진다. 좀 더 도시 안으로 들어가면 어딘가로 몰려드는 인파가 있다. 부를 가져다준다는 관음사에 복을 기원하려는 이들이다. 홍콩을 기반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웡시우퐁은 그 풍경 아래 펼쳐진 작은 소우주를 오랫동안 관찰하고 기록하여 〈마천루 아래에서〉를 완성했다. 영화의 도입부에 펼쳐진 화려한 마천루의 모습은 홍콩 홍함(Hung Hom) 지역에서 쓰레기와 폐기물을 처리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이들의 모습이 이어지면서 이내 잊힌다. 오랫동안 아시아 자본주의의 핵심으로 기능했던 도시가 밤낮없이 돌아가며 생산하는 쓰레기는 이들의 손에 수거되고, 재활용된다. 대규모 재개발 사업과 함께 양산되는 폐기물들 또한 마찬가지다. 많은 이들이 추구하는 더 크고 많은 부는 연약하고 병든 노동자들이 끝없이 움직이는 순환의 생태계 위에 구축된다. 영화는 이렇게 홍콩이라는 상징적인 현대 도시 속에서 불가분하게 형성된 모순적 관계를 광각 화면 속에 사려 깊게 배치한다. 그 보기 드문 도시 풍경과 함께 입체적으로 담아낸 도시의 소음과 노동자의 말들, 장면 사이를 잇는 유려한 음악 또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마치 도시의 언어를 듣는 듯한 경험이다.
웡시우퐁WONG Siu-pong
1986년 홍콩 출생. 웡시우퐁은 독립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첫 장편 〈물고기 이야기〉(Fish Story, 2013)로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FIRST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다큐멘터리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