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일러 재생
니콜 푀겔레
Korean Premiere
보스니아와 크로아티아 사이, 유럽연합(EU)의 외곽 국경에서 이주민들과 현지인들의 길이 교차한다. 1990년대 전쟁의 상흔이 오늘날 난민들의 운명과 맞닿아 있다. 〈풍경과 분노〉는 땅에 관한 영화이며, 풍경과 분노에 관한 만화경이다.
크로아티아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국경은 EU와 EU 외부의 국경이기도 하다. 2013년 크로아티아가 EU에 가입한 까닭이다. 이후 장장 1,000여 킬로미터의 숲과 들판은 전쟁과 가난을 피해 서유럽으로 향하려는 난민과 이를 막으려는 크로아티아 경찰의 물리적 충돌과 인권 유린으로 얼룩진 땅이 되었다. 저널리스트이자 다큐멘터리 감독인 니콜 푀겔레는 1990년대 벌어진 참혹한 분쟁의 흔적이 남아있는 숲과 마을에서 수개월의 시간을 보내며 과거와 현재가 중첩되는 풍경을 절제된 방식으로 포착한다. 이 지역은 국경의 교차로인 동시에, 주민들의 일상과 난민들의 비일상이, 과거의 분쟁과 현재의 분쟁이 서로를 가로지르는 곳이다. 텍스트나 내레이션으로 맥락을 제공하지 않는 〈풍경과 분노〉는 오직 신중하고 끈질기게 담아낸 풍경과 사람, 사물들의 이미지만으로 구성된다. 비 내리는 가을 벌판의 풍경처럼 정적인 시간 속에 침잠하다 보면 놀라운 인류애의 순간들을 마주하게 된다. 주민들이 난민들에게 연민을 표하고, 연대의 손길을 내미는 장면들이 바로 그것이다. 분쟁의 기억을 안고 있는 이들과 현재의 분쟁을 피해 온 이들의 교감. 그것은 차갑게 식은 국경의 정치를 뛰어넘을 수 있는 희망의 증거다.
니콜 푀겔레Nicole VÖGELE
1983년 스위스 출생. 단편 〈루슬리 부인〉(Mrs Loosli, 2013)는 비죵뒤레앨영화제에서 수상하였으며, 〈안개〉(Fog, 2014)는 베를린영화제를 포함한 다수의 영화제에서 상영되었다. 첫 장편 다큐멘터리 〈마감 시간〉(Closing Time, 2018)은 로카르노영화제에서 특별 심사위원 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