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일러 재생
다니엘 후이
Korean Premiere
1960년대 후반, 신생 독립국이던 싱가포르는 여전히 정체성을 모색하고 있었다. 어두운 방에서 한 여성이 갇혀 남성에게 심문을 받고 있다. 긴 밤이 이어지는 동안 정체성과 시간의 경계가 흐려지기 시작한다. 미래의 유령들이 그들의 대화에 불쑥 끼어들어, 싱가포르의 초기 정치적, 법적 풍경을 보여주는 기이한 묘비 재판에 관해 이야기한다.
〈가장 어두운 밤〉은 예술과 폭력의 관계, 영화 만들기에 대한 남다른 통찰로 싱가포르의 차세대 영화적 기수로 주목받는 다니엘 후이의 하이브리드 영화이다. 정치 다큐멘터리와 심리 스릴러, 법정 드라마가 혼재된 이 작품의 출발은 1980년대 초반 말레이시아에서 반체제 혐의로 사형당한 형을 위해 묘비를 세웠다가 유죄 판결을 받은 탄 차이 와(Tan Chay Wa) 묘비 재판 사건이다. 다니엘 후이는 여기에 다양한 법정 기록에서 추출한 이야기들을 조합하여 싱가포르의 엄격한 사법 시스템의 기저에 자리한 정치적 역학과 편집증을 그려낸다. 이 영화에서 형식과 양식은 그 자체로 내용과 주제를 대변한다. 영화 초반 “1960년대 어느 즈음···.”이라는 자막이 제시되지만, 강렬한 콘트라스트로 촬영된 흑백 화면과 텅빈 배경, 클로즈업의 활용은 영화의 시간과 공간적 지표를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작품 전반에 걸쳐 등장하는 두 명의 등장인물 또한 마찬가지다. 삭막한 방에 마주한 두 남녀는 심문의 형식을 빌려 대화를 시작하지만, 인물들의 신원이 시시각각 바뀌며 모호함과 분열성이 부각된다. 정신착란을 일으키는 듯한 이 카프카적 이야기에서 결국 마지막까지 남는 것은 질식할 듯한 국가 권력의 부조리와 잔인함에 대한 가장 몰입적인 경험이다.
다니엘 후이Daniel HUI
1986년 싱가포르 출생. 다니엘 후이는 영화감독이자 작가로 활동하며, 싱가포르의 독립 영화 집단 13 Little Pictures의 창립 멤버이다.
연출작 〈이클립스〉(Eclipses, 2011), 〈스네이크스킨〉(SNAKESKIN, 2014), 〈악령들〉(2018)은 포르투갈다큐멘터리영화제, 야마가타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몬트리올다큐멘터리영화제 등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상영 및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