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군산시 하제마을은 미군기지 탄약고와 가깝다는 이유로 수천 명의 주민들이 집단 이주를 당했다. ‘왕림수퍼’를 운영하던 전진현은 이웃들이 모두 떠난 텅 빈 마을에서 홀로 꿋꿋하게 살아간다. 하제에 가장 깊은 뿌리를 내린 주민이 있다. 600살 팽나무이다. 미군기지 확장으로 하제가 지도에서 사라질 위기에 놓이고, 팽나무와 진현은 뿌리 뽑힐 위기에 놓인다. 군산 시민 윤, 광희, 중서는 팽나무와 하제를 지키는 활동을 시작하고, 팽나무는 그동안 묻혀 있던 하제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REVIEW
<하제>는 새만금 간척과 미군기지 확장으로 강제 이주의 파고가 들이치면서 인간, 비인간 생태계가 동시에 파괴된 군산의 어촌 마을 하제를 8년간 좇아 완성한 다큐멘터리다. 연출자 황윤은 <침묵의 숲>(2004)을 필두로 하여 <어느 날 그 길에서>(2006), <잡식가족의 딜레마>(2014), <수라>(2023)로 이어지는 도도한 일관성의 작품들을 통해 이 주제에 정통한 다큐멘터리스트다. <수라>의 속편에 해당하는 <하제>는 한때 유토피아적 공동체였던 하제 마을이 무너지고, 그곳에 살았던 주민들이 터전 바깥으로 내몰리고, 종말을 맞이한 내력을 따라가면서 생명과 평화, 돌봄의 가치를 역설한다.
산업과 병참의 논리에 맞서 연대와 회생, 공존의 가능성을 찾으려는 이 영화의 애절한 노력은 우리 시대의 핵심 어젠다를 향해 있다. 관록이 넘치는 황윤의 연출은 황무지로 변한 하제를 떠도는 영혼들을 불러내고, 공동체적 삶의 아름다움을 되찾기 위해 싸우는 사람들과 함께하며, 안타깝게 사라져 가는 비인간 존재들을 끈질기게 기록한다. 어떻게 찍었을까 싶은 생태계의 풍경, 두꺼비, 새, 벌레의 세밀화가 고유한 아름다움을 품고 제시된다. 과거에 대한 향수에 머물지 않고, 현재에 집중하며, 인류가 함께 품어 안아야 할 포용적인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작품이다.
DIRECTOR'S NOTE
내가 하제를 알게 된 것은 전작 <수라>를 촬영하던 2018년이었다. 전쟁 폐허처럼 무너진 마을을 보고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미군기지로 인해 수천명의 주민들이 쫓겨나고 한 마을이 통째로 사라지는 동안, 내가 전혀 몰랐다는 것이 더 놀라웠다. 하제에 처음 간 날 바로 촬영을 시작했고, 8년의 시간이 흘렀다. 세계 곳곳에서 전쟁의 포화가 계속된다. 그러나 수백년 동안 모진 풍파를 이겨내고 살아온 한 그루 나무가 우리 곁에 있다. 팽나무가 나에게 준 힘과 용기를, 지구 시민들과 나눌 수 있기를 기도하며 이 영화를 만들었다.
CONTACT
황윤 | oneday200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