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규모의 물류 허브라고 알려진 곳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출발한다. 그러나 보안 구역인 물류 창고는 카메라에 온전히 담기기도 전에 촬영이 불가해진다. 도시의 생장을 이루는 물류의 세계는 재현 가능할까.

도시를 가로질러 세계를 연결하며 쉼 없이 움직이는 물류의 시대. 도시의 성장과 함께 형성된 이 파동은 마침내 도시를 숨 쉬게 하는 존재가 되어 암약한 지 오래다. 실시간으로 위치가 기록되지만 눈에는 보이지 않는 이동, 그리고 감춰진 흔적들. 〈현위치〉는 일견 지루하게 보이는 도시의 단면을 비추며 그 너머 보여지지 않는 것의 움직임을 포착하려 시도한다. 일정하게 화면을 채우는 단순과 반복은 리듬을 형성하고, 그 안에서 우리는 시스템과 데이터로 대체된 도시의 숨은 얼굴을 마주하게 된다. 시대가 만들어낸 새로운 질서 아래, 기록이 증명하나 그림자처럼 존재하는 현사회의 단면을 직관적 시선으로 불러들이는 영화이다.

끊임없이 운반되는 자유로운 상품의 이동은 도시 물류의 알파이자 오메가이다. 카메라는 상품의 배송과정에서 벌어지는 미시적인 움직임을 포착하려고 한다. 하지만 계산과 예측에 따라 물류 경관을 포착하고자 했던 카메라의 시선은 재현의 어려움으로 인해 점차 직관적인 시선으로 머무른다. 계산에 의해 이뤄지는 운동(배송 추적 화면 위의 시점, 기하학적 형상의 바코드, 적재가 용이한 박스 등)이 다양한 방식으로 편재함에 따라 카메라의 시선은 예측과 직관 사이에서 동요된다. 측량이 생산한 새로운 공간의 질서는 오늘날 재현이 처한 도전이다.

• ProducerJANG Byoungho
• Cinematography JANG Byoungho
• Edit JANG Byoungho
• Sound JO Seungho
• Music JO Seungho

JANG Byoungho

byounghoja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