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사람이 거주하지 않은 빈집에 유리관이 씌워진 나무 박스들이 놓여 있다. 장면은 흡사 고립된 미술관, 자원이 고갈된 근미래, 내부 공사 중인 사가처럼 보이기도 한다. 박스 위의 과실이 썩어가는 과정을 담은 장면에 구상도를 연구하는 인물과 주고받은 서신이 갈마든다.

영화는 두 축으로 진행된다. 한 축은 영안실을 연상시키는 흰 천이 덧씌워진 하얀 공간에 식물들이 놓이고 이들이 부패하는 과정을 기록한다. 다른 한 축은 사망 후 육체가 부패하는 아홉 단계를 그린 일본 구상도를 직접 보려는 감독에게 죽음을 연구하는 한 일본 연구자가 보내오는 편지이다. 영화는 구상도를 직접 보고자 하는 것에서 점점 멀어지는 반면, 영화 자체가 식물들의 죽음을 단계별로 목도하는 구상도가 된다. 〈구상도〉가 존재와 죽음과 수행을 이어내듯, ‘식물 구상도’가 된 영화 역시 죽음과 부패를 삶과 생기와 이어내어 썩어가는 식물의 기운이 살아있는 것 못지않게 씩씩하게 뻗어나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식물들이 썩어가면서 번성하는 곰팡이와 살아나는 초파리는 죽음을 통해 존재를, 존재를 통해 죽음을 마주하게 한다. 

구상도는 시체가 썩어가는 아홉 가지 과정을 담은 불교화로 무상함을 깨닫는 수행과 관련이 있다. 〈광합성하는 죽음〉은 일종의 신구상도로서 부패 기록과 죽음에 관한 질문을 담고 있다. 내레이션은 서신의 파편으로서 구상도 연구에서 나아간 여러 내용이 얽혀있으며, 죽음을 기호적으로 경험하는 혹은 경험할 수밖에 없는 까닭을 사유한다. 이 영상은, 대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 어떻게든 대상을 이해해 보려고 인간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 두 축을 따라가 보며 서로의 음영이 무엇을 구속하고 무엇을 해방하는지에 관한 에세이 필름이다.

• Cinematography LEE Seongtaek
• Edit CHA Jeamin
• Sound KIM Guench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