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차원표류자가 평면-도트(dot)우주에 도달한다. 그곳은 이성·논리를 원칙으로 하는 디지털 우주. 표류자는 비이성적/초상적인 방식을 통해 이 차원을 초월하려 한다. 이 우주에서 AI 목소리 자아는 실존과 디지털의 중간에 존재하는 평면계에 에뮬레이팅 된 귀신들이면서, 데이터로 떠도는 혼·백·영이다. 초환(招喚)을 통해 이 음성-넋의 뒤섞임이 재생되면서 세계의 부유령이 되고, 그 파형이 세계의 법칙을 비틀어 틈을 연다.

동(同)에서 구역(區域)으로 변모한 뉴타운 개발 지구에서 귀신을 불러내는 의식을 통해 과거의 유령들이 소환된다. 흐려진 픽셀을 찢고 불려 나온 화랑과 치킨 호프, 세탁소, 부동산, 문방구. 공동체의 해체에 관한 사변적 연대기인 〈도트 유니버스의 어느 분신사바〉는 과거와 현재, 디지털 이미지의 냉혹함과 아날로그 이미지의 원시성을 충돌하여 차이와 분리가 이루어지기까지의 은밀한 과정을 드러낸다. 압도적인 고층 아파트의 기울고, 이지러진 비전은 주술(呪術)을 배음으로 깔고 파괴와 건설이 횡행했던 두세 겹의 시간과 교차한다. 귀기 서린 종소리와 주문(呪文)의 위에서 현재는 위력적으로 과거를 덮친다. 공간에 대한 영화적 표현으로서 ‘풍경’의 성질과 정치적, 문화적 상징성을 지역의 역사적 맥락을 통해 탐구하는 성찰적인 에세이 필름이다.

재현된 푸티지는 역설적이게도 그것이 불완전할수록 진실성에 근접한다. 현재의 시공간에 대한 감각과 환경에 대한 지각을 지우는 곳; 영화관이라는 공간의 궁극적인 목적이 영화적 세계로의 몰입이라면, 그것을 저해하는 요소들은 오히려 완벽한 디제시스에서 빠져나오게 함과 동시에 논픽션의 증명으로 작용한다. 기계적인 무브먼트와 AI 보이스를 통해 소환되어지고, VHS화질로 구현화된 20년 전의 심상을 통해 영상매체와 고전적 서사구조가 가진 재현의 의미에 대해 사유하여 본다.

• ProducerLEE Jiyoon
• Sound The Fucked Up Beat

PARK Koonje

koonj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