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쟁
2024년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의 한국경쟁에 선정된 10편의 장편과 12편의 단편 영화는 한국 다큐멘터리의 경향과 역량을 고루 조망하는 지형도를 보여준다. 공히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작품들은 기후 위기, 장애, 청년, 동물, 노동과 가족,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통해 지금 한국 사회가 대면하고 있는 첨예한 화두를 고스란히 반영하면서, 그 해결의 근원적인 실마리를 제시한다. 날로 척박해지는 사회적 환경에서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말을 걸며, 동행을 주저하지 않는 이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추구하는 영화적 언어는 다르지만, 올해 한국경쟁의 다큐멘터리스트들은 모두 자신들이 각자의 현장에서 발견한 화해와 회복의 가능성을 전달하려는 노력을 기꺼이 떠맡는다.
한국 다큐멘터리의 또 다른 잠재력은 단편 작업을 통해 일별할 수 있다. 현장에의 충실한 참여와 관찰부터, 가장 사적인 이야기에서 공적인 담론을 끌어내는 성찰, 기성의 양식에 도전하는 자유로움과 실험정신 등을 망라하는 다양한 에너지는 단편의 즐거움을 확인시키는 동시에 한국 다큐의 미래를 낙관케 한다. 그 미래를 품은 다큐멘터리스트들을 우리는 영화관에서 만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함께 영화를 보고, 다음에 이어질 것들에 대하여 대화를 나누고 전망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