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다큐멘터리 신에 큰 영감을 제공한 영화감독 이강현이 2023년 3월 세상을 떠났다. 이강현은 2000년대 이후 한국 다큐멘터리 신의 중요한 혁신가이다. 그가 남긴 노작은 선형적이고 인과론적인 세계의 이미지들에 저항하면서 다큐멘터리의 정의, 이론, 실천을 머쓱하게 만든다. 이 영화들의 거슬러 가는 힘, 역류하는 에너지는 한국 다큐멘터리들이 당연시하던 것들에 대해 회의하면서 많은 질문과 논쟁을 야기했다. 혁신적인 데뷔작 〈파산의 기술記述〉(2006), 새로운 유형의 노동 다큐멘터리 〈보라〉(2009),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의 한계를 넘어가고자 한 극영화 〈얼굴들〉(2019)에서 이강현은 서사의 논리를 촘촘하게 세우기보다 세상과 이미지의 관계를 갱신하고자 한다.
우리는 속도, 권력에 대한 무관심과 직관, 집요함을 갖추고 영화 매체를 탐구하였던 이강현의 유산에 헌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였다. 작가전 ‘메모리얼 이강현’에는 네 편의 영화가 포함되었다. 이강현이 남긴 세 편에 더해 김경만 감독이 연출하고 이강현이 출연한 단편영화 〈바보는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2008)가 상영된다. 이 감독의 가치를 발견한 프로그래머들, 비평가들, 학자들, 동료 감독들, 창작의 협력자들, 친구들이 증언, 헌사, 논평을 위해 기여하였다. ‘메모리얼 이강현’은 추모와 애도를 위한 기획이 아니다. 영화를 대하는 태도가 미스터리만큼이나 깊고, 혼란과 분열은 계시만큼이나 다양한 작가에 대한 본격적인 조명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