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일본의 한적한 마을, 재일 조선인 가정에서 이향자는 남편 집안의 제사를 정성스럽게 모신다. 그러나 그 헌신 뒤에는 지워진 모계의 기억이 있다. 그의 어머니 춘자는 일곱 살 때 친어머니와 헤어졌고, 세월이 지나면서 그 이름마저 잊었다. 잃어버린 외할머니의 이름을 되찾기 위해 향자는 한국으로 향한다. 지난한 추적 끝에 은폐된 삶의 진실과 마주하게 되고, 그 침묵을 강요해 온 전통의 중심에 자신이 서 있음을 깨닫는다.
REVIEW
이름 모를 이름을 찾아 두 여성이 국경을 건넌다. 필조─어느 묘비에서 찾아낸 이 이름은 기록되지 않고 기억되지 않도록 지워진 여성의 이름이다. 전통과 금기에 가려진 이름은 혈연의 또 다른 여성에 의해 마침내 이름을 되찾고, 이들의 발자취는 시대와 가계 안에서 그 이름이 어떻게 침묵으로 변해 왔는가를 증언한다. 일본에 살며 남편 집안의 제사를 지내는 풍경이 익숙한 재일조선인 가정을 배경으로 <필조>의 질문은 시작된다. 기억을 잃어가는 할머니에게 외증조할머니의 이름을 묻고, 제사에 모인 언니들과 유년의 꿈을 말하며, 처음으로 일주일간 집을 비우고 이름을 찾아 나선 어머니의 여정을 함께하며, 이 사회가 여성에게 허락하지 않았던 것들을 목격해 나간다. 어머니를 보고 자라온 여성들은 공기처럼 어떤 억압을 체득하고, 이로 인한 자기 안의 모순을 부정하거나 극복하며 살아 간다. 이 영화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반복되어 온 삶의 궤적을 끊어 내기보다는, 기록되지 않는 여성의 이름과 삶을 스스로 말하고 직접 찾아 나아가기를 택한다. 내재화된 구조에 다정한 시선으로 균열을 냄으로써, 지워져야 했던 것들을 다시금 불러일으키며 저마다의 ‘이름’을 되뇌게 하는 회복의 영화이다.
DIRECTOR'S NOTE
제사는 오직 아버지 쪽 조상만을 모신다. 그것이 그냥 당연한 방식이고, 아무도 의문을 품지 않는다. 바로 그 사실이 나로 하여금 족보의 부조리함을 처음 느끼게 했다. 외증조모가 어떻게 그토록 완전히 기록에서 사라질 수 있었는지 말이다.
촬영은 그 의문을 해결해 주지 않았다. 같은 체제 속에서 자란 어머니는 지금도 그 전통을 다음 세대에 물려주고 있다. 어머니는 여전히 혼자 집안일을 하신다. 나는 이 영화가 적어도 그 질문을 소리 내어 던지길 바랐다.
한국에서 나는 그녀를 기억하는 단 한 명이라도 찾고 싶었다. 이 영화를 만드는 것, 그리고 어머니와 함께 떠난 그 여정 자체가 하나의 애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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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Minsu | minsukim42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