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감독은 북극 항해의 경험을 자신의 AI 아바타 ‘루시’의 목소리로 재구성한다. 19세기 북서항로를 개척한 탐험가 로버트 맥클루어의 이야기로 시작해, 추락한 드론의 잔해, 무인 잠수정이 전송하는 심해 이미지, 쇄빙선을 교차시킨다. 극지의 대자연과 이를 탐사하는 기술 시스템 사이를 오가며 서구의 오랜 탐험사와 세계를 규정해 온 방식을 환기하고, 수치화되거나 데이터로 고정되지 않는 자연의 숭고함을 조명한다. (<물이 들려주는 이야기>와 묶음 상영합니다.)
REVIEW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극지연구소 협력 아라온호 승선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강현선 감독은, 국내 유일의 쇄빙선을 타고 북극으로 향한다. <아라온 로그>는 감독이 19세기 중반 뱅크스섬 북쪽 항로를 개척했던 로버트 맥클루어의 초상을 AI 데이터로 재구성하면서 시작한다. 영화는 자연을 관측하는 다양한 매체적 방식을 탐구하면서, 인간에게 유산처럼 새겨진 자연을 향한 열망의 기원을 묻는다. 해협에 자신의 이름을 새겼던 맥클루어처럼, 인간은 여전히 미지의 영역을 개척하고, 그것을 인간의 언어로 치환하고 데이터로 수치화한다. 맥클루어 후손과의 우연한 만남, 촬영을 위해 가져갔던 드론의 추락, 심해의 낯선 이미지들을 마주하면서, 감독은 자연의 측정(불)가능성을 마주한다.
DIRECTOR'S NOTE
나는 여러 작업을 통해 모험가의 서사를 다뤄왔지만, 이번엔 직접 모험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북극으로 향한 항해에서 숭고한 자연보다 앞서 마주한 것은 고도로 조직된 문명 시스템이었다. 해상 국경의 보고와 허가 체계, 극지의 시간대와 좌표, 지도 등을 통해 경험한 북극은 마치 거대한 가상 세계와 같았다. 하지만 항해 중 우연히 만난 19세기 북극 탐험가의 후손을 통해 시대를 관통하는 인간의 열망을 실감했고, 인간이 만들어낸 어떠한 시스템에도 온전히 종속되지 않는 대자연을 마주하며 인간이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에 대해 질문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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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NG Hyunseon | KANG Hyunseon | isse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