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전북의 한 농가에서 아홉 식구와 살던 마지막 주민인 할아버지는 촬영을 앞두고 병원에 입원한다. 그의 마지막 소원인 귀향을 이루기 위해 감독은 낡은 사륜차를 본뜬 무선 조종 자동차 위에 할아버지의 미니어처를 올려 집 안과 주변 풍경을 천천히 지나간다. 그 여정을 따라 내레이션과 손 글씨는 가족의 기억과 농촌의 변화, 사라져 가는 삶의 흔적을 겹쳐 보여주며 부재 속에서도 이어지는 관계를 담담히 되새긴다.
REVIEW
베를린에 체류하는 시각 예술가 영화감독 강가토지수는 병중의 외할아버지가 입원했다는 어머니의 메시지를 받은 뒤, 고추장으로 유명한 전라북도 순창의 외갓집 주변을 배회하는 원격 모형 자동차의 이동을 따라 일종의 생애사 연구에 나선다. (작자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언어의 배치)는 독일어, 한국어, 영어로 이뤄진 다중 언어 서술과 그 자신의 다중 언어 보이스 오버 나레이션, 손 글씨 자막, 애니메이션, 대역 연기를 병합한다. 과묵한 사랑꾼이자 한량, 꼿꼿한 소나무에 비견되는 외할아버지와 근면과 희생, 작은 체구의 큰 사람으로 표현되는 외할머니의 생애를 가로질러 근대에서 산업화로 이행하는 변화, 성 역할의 통념, 정치적 격변의 연대기를 순환한다. 시간을 관통하는 모형 자동차가 버려진 시골집과 잡초가 무성한 동네를 굴러다니는 동안 가족 역사와 국가 정체성, 집단 기억에 관한 초상화가 그려진다.
DIRECTOR'S NOTE
기억과 감정, 상상력이 정립하는 세계관을 바탕으로 주관적 시선에서 출발한다. 진정성은 사실적 정확성뿐만 아니라 감정적 진실에도 존재한다. 조부모의 집은 뿌리와 연결된 장소인 동시에 평생을 살아온 독일, 그리고 태어났으나 기억이 없는 서울 모두와 거리감이 있는 한국을 상징한다. 이 공간과의 교감은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다가가는 길이다. 시간은 선형적 흐름이 아닌 손글씨의 흔적과 기억, 자연이 공존하는 겹겹의 풍경으로 구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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