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어둠 속 도로를 달리는 로드무비로 시작한 영화는 어느 순간 경로를 이탈하여, 이미지의 지층을 뚫어 내려가는 환상적인 트랜지션 속으로 접어든다. 사라진 소녀는 고양이와 귀신, 암각화처럼 서로 무관해 보이는 기억의 파편을 따라간다. 흐르는 물과 돌 위에 각인된 암각화, 순환하는 조트로프의 말은 서로 다른 시간들을 한데 포갠다. 이때 소녀만이 영화의 화자인 것은 아니다. 인간과 비인간의 존재들이 하나의 프레임을 공유하며 저마다의 시간과 역사를 들려준다. 기억은 사라져도 한번 생겨난 이미지는 완전히 소멸하지 않고 형태를 바꾼 채 세계의 일부를 점유한다. 조각난 이미지들은 서로를 경유하며 사라진 소녀의 신체를 대신할 하나의 지도를 그려 나간다. 어쩌면 이 기묘한 여정은 소녀가 꾸는 꿈이자, 귀신의 일기장이며, 오래된 돌이 기록한 회고록인지도 모른다.
DIRECTOR'S NOTE
비인간-되기, 비선형적 시간을 생성하기. 움직이는 이미지를, 유령들의 시간을, 풀어내고 싶다. 환영에 대한 사랑으로, 세계에 대한 사랑으로, 잊혀진 시간을 열어놓는 환영을 만들어 내고 싶다. 영화를 만들고 싶다.
CONTACT
HONG Jiyeong | ouiouilecinem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