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안동댐 아래 잠긴 옛 마을을 몽환적으로 불러낸다. 1970년 근대화 정책의 일환으로 건설된 댐은 30여 개 마을을 수몰시키고, 16세기부터 삶의 터전을 이어 온 주민 2만여 명을 이주시켰다. 안동에서는 수많은 유교 유적이 물속으로 사라졌다. 이는 조선을 지탱한 유교적 질서의 종말을 드러내는 구체적 표식이 되었다. 잠과 깨어남, 쾌와 불쾌, 기억과 망각이 교차하는 경계에서, 물속의 땅은 전통과 동시대가 맞부딪히는 낯선 기억의 장소로 되살아난다.
REVIEW
박경근의 <땅이 기억하는>은 1970년대 안동댐 건설 과정에서 물 아래 잠긴 옛 마을의 역사를 몽환적이고 감각적인 몽타주로 회생시키는 허구적 다큐멘터리이다. 근대화 정책의 일환으로 건설된 댐은 30여 개 마을과 오랜 시간 이어져 온 삶의 터전을 물속으로 사라지게 했다. 영화는 잊힌 장소를 단순히 복원하는 대신, 물 아래 잠든 땅이 스스로의 기억을 토해내는 듯한 형상으로 되살려 낸다.
압도적인 사운드와 비현실적인 이미지가 교차하는 가운데, <땅이 기억하는>은 망각에 저항하기 위한 거대한 꿈으로 작동한다. 물속의 땅은 사라진 마을과 전통, 그리고 그곳에 남겨진 감정을 현재로 불러낸다. 영화는 인간의 개발이 남긴 상처를 바라보며, 땅 역시 기억하는 존재임을 조용히 증명한다.
DIRECTOR'S NOTE
나는 현재의 비대칭성에 관심이 있다. 현재는 과거를 품고 있지만, 미래를 담고 있지 않다. 우리는 현재가 흘러 과거가 되기 전까지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무한한 파편들로 이루어진 ‘지금’과 ‘여기’의 신비로움이 나를 이끈다. 제한된 역사의 궤적과 지리 속에는 번역될 수도, 번역되지 않을 수도 있는 하나의 감정 덩어리가 있고, 나는 그 번역들을 통해 의미를 구성해보려 애쓴다. 우리의 무의식은 종종 개인적 차원을 넘어선다.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은 결국 하나의 일관된 우주를 이루지 못한 채, 감정의 흔적—불완전한 궤도를 떠도는 그림자들을 남긴다. 현재는 중립적 공간일 수 없다. 그것은 필연적으로 땅의 기억들과 얽혀 있으며, 어떤 서사도 완전히 담아낼 수 없는 해결되지 않은 긴장으로 가득 차 있다. 나에게 있어 의미란, 다양한 현실의 시간과 공간이 겹쳐지는 지점에서 발생한다. 시간에 걸쳐 축적된 개인과 집단의 경험은 우리가 세상과 자신을 인식하고 탐색하는 방식을 형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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