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는 조선학교를 졸업한 뒤 남한의 대학에 진학했다. 지훈은 대학 동기인 ✕✕의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 함께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른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가까워진 ●●, ▲▲, ◆◆에게 조선학교에서의 기억과 일본에서의 삶에 대해 듣는다. 이들과의 교류는 일상의 자리를 지우고, 그 자리 위에 쥐어진 사명감에 관해 묻는다: 평범하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정체성’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일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웰컴 투 셋>과 묶음 상영합니다.)
REVIEW
<도라지 불고기>는 한국인도, 북한인도, 일본인도, 조선인도 온전히 되지 못한 채 서로 다른 정체성을 시시때때로 입어야 하는 이들의 이야기다. 그저 개별 인격일 뿐이지만 집단적 정체성에 연루되고 마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많은 재일조선인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조선학교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며, 거부하고 싶어도 거부할 수 없는 장소로 그곳을 경험한다. 그곳에는 정체성을 강요하는 체계만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설명해 줄 친구들도 있기 때문이다. 타자 속에서 나의 위치를 인식하는 정체성 문제는 우리를 집단의 고리에서 쉽사리 벗어날 수 없게 한다. 이 사실은 필히 우리를 곤경에 빠뜨리는데, <도라지 불고기>는 이 곤경 앞에서 쉽게 답을 내리지 않는다. 조선학교의 부조리가 싫으면서도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면 조선학교에 갈 것이란 등장인물들의 말에 이 영화는 어떤 말도 덧붙이지 않고, 어떤 판단도 하지 않는다. 그런 곤경을 일찌감치 예감한 탓일까. 영화는 결론 대신 표면의 감각 효과를 과잉되게 분출하는 선택을 내린다. 그곳의 흐릿한 얼굴들은 모두를 기이한 타자로 만든다. <도라지 불고기>가 전하는 이 특별하고 독창적인 감각은 우리에게 난처한 질문마저 남긴다. (한창욱)
DIRECTOR'S NOTE
그들은 ‘차별 속에서도 조국을 잊지 않고 투쟁하는 영웅’으로 재현되어 왔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우리와 그들을 구분 짓고, 다양한 삶의 가능성을 제한한다. 우리가 잊고 살아왔기에 늦게나마 돌봐야 할 사람들, 아픈 역사의 교보재로 존재하게 만드는 것에 한계를 느낀다. 조선학교는 재일 사회의 복합적 정체성을 가능하게 하는 공간이다. 따라서 학교를 지켜야 한다는 명제보다는 그 안의 다양한 사람들에 초점을 맞추고자 했다. 연민과 타자화에서 벗어나기 위해 숭고하지도 비참하지도 않은 개인을 드러낸다. 가장 많이 존재하는 삶은 설명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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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NG Jihoon | yaangjiho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