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태생이 의욕 제로. 무기력하게 고여만 있던 ‘나’는 마흔다섯 살에 ADHD 진단을 받는다. 문득 초등학교 시절의 과학 숙제가 떠오른다. 남대천에서 플라나리아를 잡아오라는 것. 그땐 결국 잡지 못했다. 이후로 내내 맴돌던 질문. “남대천에는 정말 플라나리아가 살고 있을까?” 그렇게 시작된 추적극. 미루고, 과몰입하고, 다시 방치하다 불현듯 뛰쳐나가는 ADHD의 리듬과 집요한 마음의 알고리즘이 그대로 영화가 되어 이 괴상한 놀이를 이끈다.
REVIEW
산만하고 두서가 없기도 하다. 플라나리아는 대체 왜 찾고 있으며, 방방은 어째서 언급하는지, 아버지가 찍은 사진의 정확한 촬영 지점은 당최 왜 중요한지? 정합성과 일관성이라는 잣대 앞에서는 실패한 영화처럼 보인다. 그런데도 <방방과 플라나리아>는 등장인물의 내면과 영화 형식을 이상한 방식으로 동조시키며 공감과 포용을 끌어낸다. 45세에 ADHD 진단을 받은 박희진 감독은 자신을 영화적 캐릭터로 내세우며 카메라 앞에 선다. 우리는 그 캐릭터의 뜻 모를 활동을 따라가고, 그 여정은 마치 탐정이 단서를 뒤쫓는 듯한 추적 플롯의 형태를 띤다. 플라나리아는 과거에 완수하지 못했던 숙제와도 같다. 이 숙제를 통해 주인공은 실제로는 마주한 적 없는 또 다른 자기 얼굴을 꿈꾸는 걸까. 하나의 얼굴이 주는 갑갑함이 아니라 상처 입어도 다시 재생되는 여러 얼굴의 자유를 느끼고 싶은 걸까. 결국, 플라나리아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고 언제나 우리 주변에 있었다. 이 허무한 결과는 쉬운 숙제조차 하지 못했던 과거의 무기력과 소극적 태도를 증명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 해낼 수 있었다는 역설적 가능성을 대변한다. 못마땅한 과거에 대한 진단 뒤로 수많은 낙관적 가능성이 피어오른다. (한창욱)
DIRECTOR'S NOTE
재활 따위 되지 않는 재활 다큐멘터리 <방방과 플라나리아>는 ADHD 특유의 하이퍼 포커스가 만들어 낸 추적의 논리로 전개된다. 한 사람의 인지 시스템이 상념과 기억, 감각을 처리하는 과정, 꼬리에 꼬리를 물고 확장되는 사고의 궤적이 그대로 영화의 구조가 된다.
기억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열 살의 기억을 마흔다섯 살까지 간직한 채 집착하게 만드는 근원은 뇌의 어디쯤 자리하고 있는가. 혼돈과 무기력으로 뒤엉킨 삶의 데이터에서 의미를 추출해 내려는 시도가 곧 내러티브가 되어, 관객을 감독의 사고 체계 안으로 끌어들이려 한다. 물론 이 이상한 인지 탐험이 흥미진진한 체험이 될지 피로로 남을지는 알 수 없다.
CONTACT
Cinema DAL | HONG Lina | festival@cinemad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