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지금은 그 용도가 폐기된 태백 광산의 마지막 탄광인 장성광업소 노동자들의 한 시절을 회고하며, 그들의 치열했던 삶과 투쟁이 현재에 가지는 의미를 명상한다. 가혹한 착취와 폭력, 야만의 시대에 맞서 인간의 회복을 주창하고, 연대의 가치를 추구했던 이들을 기록한다. 지난했던 노동과 투쟁의 시간을 회고하면서 다양한 감정을 능숙하게 넘나든다.
REVIEW
<이슬이 온다>는 다음과 같은 자막으로 시작한다. “석탄 산업은 국가경제의 핵심 동력이었지만 이제는 사라지게 되었다. 깊은 땅속에서 어둠과 맞서야 했던 광부들, 그들과 함께 했던 활동가들, 그 암울한 상황 속에 일했던 이들을 기억하고 싶었다.” 영화는 사라져 가는 산업의 마지막을 지키는 광부들과, 해고 노동자의 복직을 위해 투쟁했던 과거를 기억하고 기록한다. <이슬이 온다>는 일상의 이미지에 인물들의 보이스오버로 인터뷰를 대체하는 형식으로 시각과 청각 사이에 시간적 간극을 만들어 멜랑콜리를 발생시킨다. 멜랑콜리는 패배주의가 아니라 상실한 대상을 떠나보내지 못하고 자아 안에 삼켜버리는 우울증으로서, 자본과 국가가 종용하는 망각 명령에 대한 정치적 거부로 작동한다. 이 멜랑콜리는 사라지는 탄광촌에 대한 슬픔, 죽은 동료와 실패로 끝나버린 투쟁에 대한 슬픔, 넘쳐나는 이미지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기록 자체의 한계라는 삼중 구조를 갖는다. 우직한 관찰 다큐멘터리 문법은 성실한 기록과 기억을 통한 저항으로 읽힐 수 있다. 이 영화의 기억은 과거를 추억하거나 위로하는 행위를 넘어서, 노동조건이 수십 년째 달라지지 않았음을 몸으로 증언하며 고통에 스스로를 잇대는 행위다. (조혜영)
DIRECTOR'S NOTE
태백의 역사는 대한민국 석탄산업의 역사이자 탄광의 역사를 간직한 도시다. 한때 산업 전사로 불리던 광부들은 2025년이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폐광과 더불어 광부들의 지난했던 삶도 각자의 기억에 남게 된다. 폐광으로 탄광의 역사와 광부의 삶은 사라지더라도 남는 건 없는 걸까? 남겨야 할 것은 없는가? 이러한 질문에서 이 작업이 시작되었다. 태백에 유일하게 남아있던 장성광업소는 2024년에 폐광을 결정했고 그곳에 일하고 있는 광부들은 마지막 광부로 남게 되었다. 극한 노동에 숨을 불어넣었던 마지막 광부들의 현재, 오래전 태백을 떠났지만 광산을 가슴에 묻고 살아온 이들의 이야기, 그리고 폐광이 남기고 가는 것들, 용도폐기 된 탄광과 그 흔적에 가려진 광부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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