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네팔 쿰부 계곡에 사는 타망족 형제는 산과 각기 다른 관계를 맺고 있다. 한 명은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로 향하는 관광객의 짐꾼으로 일하며 가이드를 꿈꾸고, 다른 한 명은 고산 수도원의 불교 승려로 위대한 라마가 되기를 꿈꾸며 형제의 안전한 등반을 기도한다. 산악 관광의 성장으로 오히려 심화된 가난에서 벗어나려는 두 형제는 생존과 꿈 사이에서 삶을 바꿀 선택과 마주한다. (<타마시>와 묶음 상영합니다.)
REVIEW
프랑수아 콜레르의 <설산에서>는 인간이 산과 맺어온 상반된 관계를 관찰하는 다큐멘터리다. 산을 오르며 미지의 영역을 향해 나아가려는 인간의 욕망과, 자연의 흐름 안에서 자신을 낮추고 깨달음을 구하려는 수행적 태도가 두 형제의 삶을 통해 교차한다. 네팔 쿰부 계곡의 타망족 형제 락파와 상 바하두르는 같은 산에서 살아가지만, 산과 맺는 관계는 전혀 다르다. 형 락파에게 산은 세계 각지에서 찾아온 등반객들이 집결하는 관광의 현장이면서, 자신의 기술과 노동을 통해 삶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터전이다. 반면 동생에게 산은 수행과 사유를 위한 정신적 공간이며, 깨달음을 향해 나아가는 장소이다.
영화는 두 형제의 교차하는 목소리를 통해, 가까운 거리에 있음에도 서로 다른 삶의 궤적을 걷게 된 두 사람의 간극을 드러낸다. 에베레스트를 향한 세계인의 욕망은 산을 소비 가능한 풍경으로 변화시키지만, 동시에 그곳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제공하기도 한다. 산은 숭배와 노동, 신성함과 경제적 현실이 교차하는 복합적인 장소가 된다.
<설산에서>는 자연을 인간 바깥의 순수한 대상으로 바라보거나, 인간의 개입을 단순한 파괴로 규정하지 않는다. 광활한 설산은 서로 다른 선택을 품고 살아가는 두 형제를 조용히 감싸 안는다.
DIRECTOR'S NOTE
네팔의 쿰부 계곡은 에베레스트 기슭까지 뻗어 있고 세계 최고봉 네 곳을 품고 있다. 산을 신성하게 여기는 오랜 지혜가 살아 있는 곳이면서, 동시에 고산 상업과 대중관광의 과잉이 몰려드는 중심지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1952년 스위스 에베레스트 원정을 배경에 두고 한 승려와 한 짐꾼의 여정을 따라가며, 이 모순들을 섣불리 재단하지 않고 살펴본다. 그리고 관객에게 산과 우리가 맺는 관계를, 나아가 변화가 절실한 이 시대에 세계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돌아보게 한다. 영원한 설산의 시대는 이미 끝나버린 것일까?
CONTACT
DokLab | Corinna DÄSTNER | mail@dokla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