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나는 왜가리다.” 한 여성의 목소리가 개울가에서 왜가리와 마주했던 기이한 순간을 떠올린다. 그것은 꿈이었을까, 환각이었을까, 과로로 인한 착각이었을까. 영화는 개울의 흐름을 따라가며 좀처럼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인간과 비인간 존재에 귀 기울인다. 취리히 외곽의 급격한 도시 확장으로 오래된 습지가 덮이며 태곳적부터 그곳에 살아 온 존재들은 터전을 잃고, 변화하는 풍경 아래 너무나 미세해 식별하기 어려운 흔적들마저 지워져 간다. (<아라온 로그>와 묶음 상영합니다.)
REVIEW
마리아 이오리오와 라파엘 쿠오모의 <물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인간과 비인간 존재가 맺어 온 관계를 되돌아보는 사변적 다큐멘터리이다. “나는 왜가리다.” 영화는 인간의 목소리가 비인간 존재의 위치를 빌리는 순간에서 출발한다. 그것은 꿈인지, 환상인지, 혹은 다른 감각의 도래인지 규정할 수 없는 경험이다. 그러나 끝내 목소리를 얻는 것은 특정한 개인이 아니라, 이 풍경 자체이다. 물은 도시의 시간을 통과하며 사라져가는 존재들의 흔적을 기억하고, 인간이 만들어낸 세계를 바라보는 화자가 된다. <물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렇게 물이 들려주는 하나의 도시 우화가 된다.
취리히 외곽의 변화하는 풍경 속에서 영화는 인간이 구축한 도시와 그 이전부터 존재해온 생명들의 시간을 나란히 놓는다. 카메라는 쉽게 포착되지 않는 흔적과 미세한 움직임에 머물며, 인간의 시선으로 식별되지 않았던 존재들을 다시 호명한다. 정교하게 설계된 사운드는 고요한 풍경 속에 잠재된 긴장을 형성하고, 물의 흐름과 새의 움직임, 도시의 소음을 하나의 감각적 리듬으로 엮어낸다. 이때 자연은 더 이상 인간이 관찰하고 분류하는 대상이 아니라, 스스로의 시간과 목소리를 가진 존재가 된다. 하나의 우화이자 명상적 여정으로 펼쳐지는 <물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인간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믿음을 천천히 흔든다.
DIRECTOR'S NOTE
<물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물의 목소리와 물이 지닌 고유한 언어를 듣기 위한 매체로 영화를 택한다. 시점을 바꾸면 물은 여러 생태계가 모여드는 하나의 장소로 보이기 시작한다. 이 영화는 인간을 중심에서 밀어내자고 권하며, 위태로운 다종의 세계와 공생을 드러내는 감각의 전환을 제안한다.
그 전환은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인간이 오랜 세월 자연을 식민화하며 물을 오염시켜 온 일을, 동식물에게 제멋대로의 생명 분류와 무관심과 폭력을 강요해 온 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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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rio/Cuomo | Maria IORIO | info@iorio-cuomo.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