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여기서는 뭘 나눠주나요?” 한 노인이 옆자리에 앉은 청년에게 묻는다. “번호표요.” 그가 답한다. 의자가 바닥에 고정된 베를린의 대기실에는 바다를 건너온 사람들이 도착해 차례를 기다린다. 영화는 인간이 번호로 환원되고 회색 복도에서 제출한 신청서로 미래의 가치가 결정되는 체계를 통해 삶의 의미를 묻는다. 탄생의 순간과 오늘날 관료주의의 미로 사이에서 우리가 어떤 모습이 되었는지를 마주하게 한다. 실로, 암피옥서스에서 여기까지는 너무나 멀다. (<회상>과 묶음 상영합니다.)
REVIEW
17분 길이의 단편영화 <암피옥서스는 멀어요>에서 카말 알자파리는, 창구의 권력이 작동하는 베를린 이민국의 대기실을 무대로 하여 공간을 장악한 냉혹한 기운과 그 완강한 표면을 뚫고 나오는 저항의 제스처를 재치 있게 묘사한다. 알자파리는 여기서 인간과 숫자, 법, 제도는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를 질문한다. 자연 생물 도감에 그려진 원시 척삭동물 ‘암피옥서스’는 대기실의 망명 신청자들과 나란히 놓이는데, 여기서 암시되는 것은 완강한 관료주의의 원시적인 본성이다. 시간의 경계를 허무는 영화의 전반부는 거의 대사가 존재하지 않은 데 비해, 후반부는 암울했던 전반부를 극복하기 위해 도약을 이룬다. 전광판의 번호표는 붉은색의 점 또는 무정형의 붉은 형상으로, 그리고 숫자로 변하는데, 숫자의 이탈은 거대한 행렬로, 침묵하던 망명자들의 시위로 번지는 것 같다.
CONTACT
Kamal Aljafari Productions | Flavia MAZZARINO | kamalaljafari.production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