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브랑코는 잠을 이루지 못한다. 동생에게서 어딘가 이상한 기운을 느끼지만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다. 그는 도시의 골목과 공원을 따라 동생의 뒤를 쫓으며 한 걸음 한 걸음을 지켜본다. 골목을 하나씩 돌아설 때마다 동생이 아니라 이상한 사람은 자신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잊고 지냈던 친구의 뜻밖의 전화 한 통이 침묵을 깨고, 도시를 떠나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라고 그를 이끈다.
REVIEW
전작 <북쪽의 모든 도시 All the Cities of the North>(2016), <애프터워터 Afterwater>(2022)를 통해 신체와 공간,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감각적인 이미지로 탐구하며 독자적인 인장을 구축해온 다네 콤렌의 신작. <욕망의 행로>는 인간과 비인간, 육체와 비육체를 구분해온 기존의 정의를 흔드는 영화다. 벽을 통과하고 타인의 눈에 보이지 않는 브랑코는 유령적 존재처럼 보인다. 그러나 영화가 관심을 두는 것은 그의 존재를 규명하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브랑코는 육체를 갖고자 하는 욕망, 세계와 접촉하고자 하는 욕망을 지닌 존재로 나타난다. 현실 속 누구도 그를 보지 못하는 가운데, 오직 영화의 카메라만이 물질로서의 그의 몸을 응시한다. 이때 영화는 이성적 세계의 질서 안에서는 포착되지 않는 육체를 이미지로 전환하는 유일한 공간이 된다. 도시에서 비가시성과 단절 속에 머물던 브랑코는 숲으로 들어가면서 전혀 다른 관계의 가능성을 발견한다. 그곳에서 그는 인간인지 비인간인지 규정할 수 없는 존재들과 교감하고, 자연과 접촉하며, 마침내 자신의 몸과 세계 사이의 구분선을 흐린다. <욕망의 행로>가 보여주는 것은 유령이 인간이 되는 과정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존재를 고정된 육체와 경계 안에 가두어온 우리의 시선을 전복하는 과정이다. 콤렌은 촉각적인 이미지의 흐름 속에서 인간과 자연, 주체와 환경, 몸과 풍경이 서로 스며드는 새로운 존재 방식을 상상한다.
DIRECTOR'S NOTE
최근 몇 년 사이 이 영화를 찍은 지역은 이주 경로가 되었다. 수천 명이 유럽연합으로 넘어가려 거듭 시도하고, 성공할 때까지 캠프와 인근 숲에 머문다.
<욕망의 행로>는 이 현실과 동화나 공포영화 속 환상 사이에 선을 그으며 미지의 것을 향한 갈망을 가리킨다. 인간에게도 비인간에게도 저마다의 이야기를 할 자리를 내어주고, 버려진 공장과 수풀에 덮인 기념물, 깨진 화면과 유선전화, 버섯과 돌과 곤충이 서로 이어져 있는 세계를 들여다본다. 그리고 급진적인 연대를 제안한다. 존재와 사물과 환경이 함께 짊어진 취약함을 알아보고 끌어안자고, 더 다정하고 살 만한 세계를 상상해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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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uare Eyes | Errika ZACHAROPOULOU | info@squareeyesfil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