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앨프리드 히치콕의 <싸이코>(1960)의 샤워 장면을 화이트 큐브에서 느리고 길게 전시하면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영국의 문제적 시각예술가 더글러스 고든. 경계를 허무는 예술가 더글러스 고든이 자신의 베를린 작업실을 영화감독 핀레이 프레철에게 공개한다. 현실과 퍼포먼스의 경계가 흐려지며 영화감독과 피사체 간의 관계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이 영화를 실제로 만드는 이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이 던져진다.
REVIEW
더글러스 고든은 누구인가. 앨프리드 히치콕의 <싸이코>(1960)를 24시간에 걸쳐 느리게 재생한 <24시간 싸이코 24 Hour Psycho>(1993)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영국의 시각예술가. 영화의 문법과 미술관의 전시 방식을 교차시키며 이미지와 관람의 조건을 탐구해온 그는, 이미지에 잠재된 다른 층위를 드러내온 작가다. 예술가를 기록하는 다큐멘터리는 흔히 한 인물의 삶과 작업을 하나의 서사로 정리하고, 복잡한 존재를 하나의 이미지로 고정하려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핀레이 프레철의 <더글러스 고든에 의한 더글러스 고든>은 바로 그 관습 앞에서 멈춰 선다. 제목이 말해주듯 이 영화는 더글러스 고든이 자신을 촬영 대상으로 삼아 탐구하는 반성적 에세이다. 자신의 베를린 작업실을 공개한 고든은 카메라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때로는 내밀한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동시에 자신을 규정하려는 카메라의 시선에 끊임없이 저항한다. 그는 명료한 언어를 구사하다가 어느 순간 해독할 수 없는 말 속으로 미끄러진다. 이러한 고든을 향한 프레철의 카메라는 안정된 초상화를 완성하지 못한다. 어지럽게 흔들리고 방황하는 카메라는 한 인물의 내면으로 파고들려는 집요한 욕망과, 한 인간을 하나의 이미지로 고정할 수 없다는 곤혹감 사이에서 충돌한다.
DIRECTOR'S NOTE
2006년 더글러스 고든의 작품을 처음 접한 경험은 영화적 비전에 깊은 영감을 남겼다. 그의 작업실은 네온 조명과 드라이아이스, 강렬한 음악 속에 억압을 해방하고 창의성을 피워내는 안식처였다. 취약성과 마초성이 공존하는 스코틀랜드적 남성성을 관찰하며 오직 예술을 위해 살아가는 삶의 태도에 주목했다. 15시간씩 이어지는 야간 촬영을 통해 불완전한 천재들에게서 영감을 받은 타협 없는 예술가의 진실을 담아냈다. 단순한 콘텐츠를 넘어 예술적 집념이 주는 자유로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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