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1960년대 초 에티오피아, 하일레 셀라시에 황제가 세운 호텔 ‘힐턴 아디스아바바’는 진보와 권력을 보여주고자 했던 그의 비전을 상징하는 기념비로 남아 있다. 호텔 객실에서 감독은 아프리카의 유럽 여성이라는 자신의 위치를 성찰하며 에티오피아의 균열한 역사를 파고든다. 사실과 허구, 익숙함과 낯섦 사이를 오가는 탐색은 해답보다 모순을 드러낸다. 호텔 밖, 미완성 건물 아래 버스를 기다리는 노동자들은 호텔의 화려함과 선명한 간극을 만들어 낸다.
REVIEW
<무첸바허 Mutzenbacher>(2022), <파보리텐 Favoriten>(2024)으로 세계적 거장 반열에 오른 루스 베커만이 백인 유럽 여성이라는 정체성에서 오는 시선의 한계를 인지한 채,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의 호텔 공간을 배회한다. 이 프로젝트는 1960년대 에티오피아의 황제 하일레 셀라시에가 새롭게 정립된 국가의 위상을 상징하는 의미로 건설했던 '힐턴 아디스아바바‘를 물리적, 서사적 무대로 삼아 식민주의에 현미경을 들이댄다. 호텔은 황제의 우상화와 허영이 빚어낸 기념비로도 여겨졌는데, 이는 에티오피아인들 사이에서 좀처럼 입에 올리지 않는 하일레 셀라시에의 이면이기도 하다.
루스 베커만 감독은 카메라 뒤에서 수동적인 방관자의 태도를 유지해 왔던 전작과 달리, 이번 작품에서는 보이스 오버 내레이션의 주인공으로 호텔 직원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직접 개입한다. 이는 특정 주제에 대해 가능한 한 완전한 다큐멘터리를 만들고자 노력하는 한편, 자신 역시 유럽이라는 식민지 개척 대륙에서 온 백인 여성 관찰자라는 태생적 한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자인하기 위함이다. 객관적이고 겸손한 베커만은 한 국가의 초상을 완성하려 애쓰는 대신 서로 다른 관점들을 결합하여, 이 나라의 과거가 어떻게 현재를 조형했는지 명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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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scale RAMONDA | pascale@pascaleramond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