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소피는 프랑스 남부 골페슈 원자력 발전소 주변의 통제 구역에서 방문객들을 안내한다. 사고가 발생한 지 수년이 지난 지금도 그는 관광객들에게 방호복을 입히고, 여전히 제염 작업이 진행 중인 방사능 오염 지역을 돌며 전동 스쿠터 투어를 이끈다. (<부슈라>와 묶음 상영합니다.)
REVIEW
안소피 지로의 <피폭된 땅으로>는 다크 투어리즘이라는 기묘한 풍경을 통해 재난 이후의 시간을 응시하는 애니메이션이다. 원전 사고의 흔적이 남은 장소는 어느 순간 기억과 호기심이 뒤섞인 방문의 공간이 된다. 영화는 재난의 흔적이 어떻게 경험되고 소비되는지를 바라보며, 보이지 않는 위험을 이미지화하는 방식에 주목한다. 특히 감독은 실제 흙을 한 알 한 알 움직이는 애니메이션 기법을 통해 피폭된 땅의 시간을 약 2년에 걸쳐 기록했다. 제염의 대상이 되는 흙은 영화의 재료가 되어, 인간의 눈으로 포착할 수 없는 방사능의 흔적을 감각 가능한 이미지로 변환한다. <피폭된 땅으로>는 애니메이션이 현실을 재현하는 방식이 아니라, 현실 너머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층위를 드러내는 방법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DIRECTOR'S NOTE
2015년 4월 1일, 프랑스전력공사는 제염 작업자 1,032명을 뽑는다는 특별 채용 공고를 냈다. 대형 원전 사고가 일어나면 고방사능 지역에 투입되고, 그 대가로 식권과 조기 퇴직, 평생 무상 의료, 레지옹 도뇌르 훈장 같은 혜택을 받는다는 내용이었다. 이런 제안에 충격을 받았고 내용이 궁금해 나는 지원서를 냈다.
돌아온 답은 이랬다. “만우절 농담이었습니다! 프랑스전력공사와 함께라면 프랑스에는 원전 사고가 절대 일어나지 않습니다!” 나는 할 말을 잃었다. 후쿠시마 사고 4년, 체르노빌 사고 29년 뒤에 나온 이 농담은 참을 수 없이 부도덕했다. 어떻게 중대 원전 사고의 위험을, 그것도 ’유머’라는 이름으로 계속 부정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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