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현재의 타이베이. 자신에게 무관심한 신에게 설명할 수 없는 애정을 품고 있는 타오는 사람을 시켜서 그를 폭행하고 고통을 뒤틀린 유대감으로 바꾸어 간다. 한편 이스탄불을 떠나 타이베이에 정착한 멜리는 술에 취한 핑에게 꽃 한 송이를 받고, 그 꽃을 통해 타오와 신의 이야기를 마주한다. 타오의 기억은 환상과 뒤섞여 흐려져 가고, 멜리는 자신의 이루지 못한 갈망을 돌아보며 홀로 간직한 기억을 놓아야 비로소 평화를 얻을 수 있는지 자문한다.
REVIEW
웡카키의 데뷔작 <그들은 이제 더 이상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는 사랑을 갈망하는 허기진 사람들이 모여드는 영화다. 미로 같은 타이베이의 국수 식당에는 저마다의 상실과 외로움을 품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사랑의 대상을 향해 끊임없이 다가가지만 끝내 닿지 못하는 타오, 낯선 도시에서 새로운 삶을 꾸려 가지만 쉽게 뿌리내리지 못하는 멜리, 그리고 그 주변의 인물들은 모두 타자와의 관계 속에 안착하기를 갈망하지만 지나간 관계와 채워지지 않는 욕망 속을 표류한다. 영화는 1990년대 아시아 뉴웨이브 영화가 포착했던 도시의 고독한 인물들을 떠올리게 한다. 왕가위의 영화 속 인물들이 그러했듯, 이들은 서로를 향해 다가가지만 끝내 완전한 연결에 이르지 못한다. 그러나 웡카키는 실패한 사랑을 닫힌 서사로 바라보지 않는다. 각박한 현실 속에서도 인물들은 여전히 사랑이라는 픽션을 꿈꾼다. 영화는 기억과 관계를 재구성하며 기록과 재현의 경계를 흐린다. 흐린 화질의 비디오 카메라 푸티지는 지나간 시간의 정취를 불러오는 동시에, 사라진 순간을 붙잡으려는 욕망의 흔적으로 남는다. 누군가는 찍고, 누군가는 찍힌다. 그 과정에서 카메라는 현실을 기록하는 도구를 넘어 서로를 기억하고 연결하기 위한 애정의 방식이 된다.
DIRECTOR'S NOTE
타오가 신을 향해 품은 짝사랑은 예사롭지 않은 행동으로 이어진다. 멜리와 핑이 관계 맺기에 어려움을 겪고 기억을 잃어가는 모습은 도시적 삶의 취약함을 드러낸다. 이 영화의 독특한 구조는 배우들이 자신의 실제 경험을 들려주되, 그것이 배우 자신의 이야기인지 배역의 이야기인지 밝히지 않는 데서 나온다.
이후 배우들은 그 이야기를 다시 연기하며 베리테와 픽션, 인터뷰를 자연스럽게 뒤섞는다. 현실과 연기의 경계를 흐리는 이 방식은 치유의 통로가 되어, 우리 안의 갈등과 욕망을 들여다보게 한다. 다큐멘터리의 형식은 인물들이 실재하는 누군가의 반영임을 넌지시 일러주고, 그로써 관객 역시 자신의 이야기를, 그리고 서사가 사람의 마음에 미치는 깊은 힘을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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