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여섯 살 블라들레나는 부모의 이혼 후 크림반도에서 체첸공화국의 그로즈니로 이주하지만, 전쟁은 곧 그의 어린 시절을 집어삼킨다. 소련 붕괴와 함께 분열된 체첸공화국에서 도시는 전쟁터로 변한다. 4년 뒤, 중상을 입은 어머니와 러시아로 피신한 블라들레나는 그 기억을 다시 마주한다. 영화는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이어진 폭력의 악순환을 어떻게 끊을 수 있는지 묻는다.
REVIEW
<메모리>의 각본, 연출, 편집, 나레이션을 맡은 블라들레나 산두 감독은 1990년대 체첸에서 자랐다. 전쟁은 그의 코앞까지 닥쳤고, 식탁 밑에 놓인 군화 발자국으로, 목덜미를 짓누르는 숨결로 유년기를 지배하였다. 이 격동의 시대를 시적 이미지, 엄숙한 구도, 세르게이 파라자노프의 스타일을 상기시키는 색채 감각으로 담아낸 <메모리>는 강력한 잔상을 남기는 작품이다. 하지만 이 회상록이 특별한 진짜 이유는 분쟁으로 인해 상실한 모든 것을 불러내는 방식에 있다. 영화는 세대를 걸쳐 트라우마가 전이되는 과정을 정밀한 디테일로 추적한다.
근사하고 거친 질감의, 빈티지풍으로 연출된 한 시퀀스에서, 소녀 블라들레나는 폭력적인 외할아버지의 흑백 사진이 깃발처럼 펄럭이는 가운데 빛줄기 속에 무릎을 꿇고 있다. 바람에 흔들리는 사진은 기묘하게 숨을 쉬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블라들레나의 기억을 재현한 콜라주를 가로지르는 것은 아이들뿐이며, 그마저도 엄격하게 제한적인 움직임으로만 묘사된다. 이 영화에 존재하는 유일한 이분법은 전쟁을 일으키는 어른들과 그 전쟁 속에서 고통받는 아이들의 대립뿐이다. 총을 들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담은 먹먹한 몽타주로 영화가 끝을 맺을 때 이 점은 명백해진다.
DIRECTOR'S NOTE
나의 두 고향인 크림반도와 체첸공화국은 여전히 점령 아래 있다. 이는 사실의 문제이지만, 그 여파는 세대를 넘어 사람들의 삶에 남는다. 이 영화는 우리가 그런 현실을 어떻게 소화해 내는지 되묻는다. 물려받은 폭력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공격성을 돌봄으로, 두려움을 사랑으로 바꾸는 일이 가능한가. <메모리>는 이 질문들을 말로 붙잡아 보려는 개인적인 시도다. 내가 태어나 속해 있던 순환에서 빠져나오기 시작한 과정을 담았고, 내 삶을 바탕으로 한 4부작의 한 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믿는다. 예술이 회복에 몫을 할 수 있다고, 강요가 아니라 선택으로 빚어지는 미래를 상상하게 해줄 수 있다고. 이 작업을 하며 폭력의 순환이 세대를 따라 어떻게 옮겨가는지 이해하게 되었고, 근본적인 질문에 이르렀다. 우리는 이 순환을 멈추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CONTACT
Loco Films | Amélie MARONAT | international@loco-film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