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18세기 말 조성된 르비우의 리차키우 공동묘지는 도시를 대표하는 시민들과 수많은 침략에 맞서 싸운 전사들이 잠든 곳이다. 격동적인 역사를 간직한 이 묘지의 '마르스의 들판' 구역에는 20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새로운 무덤이 만들어지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으로부터 우크라이나를 지키다 목숨을 잃은 군인들을 위해서다. (<깨어있는 시간>과 묶음 상영합니다.)
REVIEW
세르히 로즈니차는 전작 <침공 The Invasion>(2024), <고생물학 수업 Paleontology Lesson>(2025)에 이어 우크라이나 르비우의 역사적 아픔과 현재의 비극이 교차하는 묘지를 무대로 삼아 전쟁에 대한 그 자신만의 명상을 이어간다. 묘역이 지닌 무게감과 숙연한 분위기가 압도하는 이 영화에서 로즈니차의 전쟁에 관한 시선은 치열한 전장으로부터 떨어진 후방의 사람들을 향한다.
18세기 이래로 리차키우 공동묘지는 역사 속에서 침략자들에 맞서 도시를 지켜낸 이들의 안식처가 되어왔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시절의 무덤들, 혹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무덤들 주변에 2023년 조국의 자유를 지키다 전사한 이들의 묘지가 조성되었다. 새로 파헤쳐진 무덤들 위로 깃발이 솟아오르고, 참배객들의 애도가 줄을 이으면서 대대로 전승된 저항의 숨결이 스크린 바깥으로까지 전달된다.
DIRECTOR'S NOTE
내 관심은 전장에서 용감하고 영웅적으로 조국을 지키는 군인들이 아니라 또 다른 영웅들, 곧 ‘평범한’ 남자와 여자 들과 아이들에게 있다. 전쟁이 만들어낸 불가능한 조건 아래에서 살아남는 일의 무게를 날마다 어깨에 지는 것은 바로 이 민간인들이다. 나는 그들의 일상을 프레스코화처럼 붙잡아 남김으로써, 우리 민족이 겪는 실존의 드라마를 증언하고자 한다.
폐허가 된 집 입구에 붙은 ‘개 조심’ 표지 하나가 어떤 학술서보다 폼페이 사람들의 삶을 생생히 그려보게 하듯, 젊은 군인의 새 무덤을 파는 중년 인부들의 서두르지 않는 몸짓은 관객을 우크라이나의 생존 투쟁 한복판으로 데려갈 것이다.
CONTACT
Atoms & Void | Marina GIACOSA ESNAL | benjamin.baker@atomsvoi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