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무너진 의료 체계 속에서 생명이 실낱같이 이어지고 의료 서비스마저 사치가 되어 버린 베네수엘라. 그곳에서 카롤리나는 산모들의 수호자로 나선다. 자신의 과거에서 힘을 얻고, 지역사회에 뿌리를 둔 재단의 지원을 바탕으로, 임산부와 태아를 잇는 생명의 탯줄을 지키기 위해 쉼 없이 분투한다.
REVIEW
<끈>은 저널리스트 출신이던 놀웬 에르베가 2016년 석유 밀수 실태를 취재하기 위해 베네수엘라를 방문했다가, 붕괴된 의료 시스템을 목도하고 이를 영화로 만들기로 결심하면서 시작된 프로젝트다. 2022년부터 촬영된 이 다큐멘터리는 2025년 암스테르담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IDFA)에서 최우수 러프컷 프로젝트상을 수상한 뒤, 완성되었다. 영화의 제목이 말해주듯, <끈>은 베네수엘라의 여성들을 연결하는 여러 형상의 위태롭지만 강인한 연결을 담아낸다. 카롤리나는 혼자 딸을 키우는 싱글맘이자, 제도의 지원을 받지 못한 여성들의 산파를 자처해온 활동가이다. 그의 좁은 차는 만삭의 여성들을 실어 나르는 수송수단이자 응급실이며, 삶의 복잡성이 한데 뒤엉키는 시공간이다.
그러나 영화는 카롤리나를 영웅으로 내세우지 않는다. 카메라는 오히려 그의 곁으로 하나둘 모여드는 여성들을 비추며, 국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자리에서 스스로 돌봄의 네트워크를 구축해가는 공동체의 형성을 기록한다. 안전한 출산을 꿈꾸는 여성들은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원주민 와유(Wayúu)족 조산사와의 만남은 전통적 조산 지식과 현대 의학을 잇는 새로운 돌봄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생명을 잇는 탯줄은 어느새 여성과 여성, 몸과 몸, 공동체와 미래를 이어주는 또 다른 끈으로 확장된다. 이 다큐멘터리는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여성들과, 그들의 연대가 단단히 엮어낸 삶의 의지를 우리에게 전하는 하나의 끈이 된다.
DIRECTOR'S NOTE
끝없이 차를 몰며 만나는 사람은 온통 여성들이다. 나는 묻는다. “남자들은 어디 있나요? 아버지와 남편, 형제와 친구들은요?” 돌아오는 답은 이렇다. 외국으로 떠났다고, 곁에 없다고, 폭력을 휘두른다고, 불안정한 일에 매여 있다고. 그렇게 남자들은 양육의 짐을 여성에게 온전히 떠넘겼다. 그때 ’끈’이라는 이미지가 떠올랐다. 어머니와 아이를 잇는 탯줄이면서, 카롤리나와 야니를, 그리고 그들이 곁을 지키는 모든 여성을 하나로 묶는 자매애의 끈이다.
황폐한 풍경 속에서 카롤리나는 생명의 힘 그 자체다. 맨몸으로 맞붙는 이 싸움 속에서 바깥세상은 다른 차원을 띤다. 바깥세상은 내밀한 관계 안에서 어떻게 몸을 얻는가? 이 여성들이 처한 현실과 한 나라의 운명은 어떻게 이어지는가? 이 혼돈은 어떻게 카롤리나에게 삶의 다음 역할을 붙잡을 기회를 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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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DOCS | Dinnie MARTIN | contact@paradocsasbl.com